ADVERTISEMENT

연례전염병 뇌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뇌염은 이제 무서운 병은 아니다.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2∼3년을 주기로 2전∼3천명 씩이 발생했으나 70년대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 지금은 많아야 한해에 1백명 내외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을 뿐이다.
사망자도 66년의 9백 65명, 67년의 7백 91명을 피크로 급격히 줄어 단 한명의 사망자도 내지않은 해도 있었다.
이같은 현상은 국민생활환경의 개선과 전염병예방에 대한 인식 및 당국의 방역활동이 향상됐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뇌염을 비롯한 모든 병이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일단 걸린 다음의 고통을 생각하면 단 한명의 이환자도 생기지 않도록 한층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뇌염은 세균보다 작은 바이러스를 몸안에 가득 지닌 뇌염모기에 물려서 감염되는 것이며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감염환자의 20∼40%가 사망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뇌염의 사망자는 뇌염 바이러스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합병증으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관지가 막히거나 폐렴에 걸려 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뇌에 손상이 가면 설사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해도 후유증으로 고생하므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빨간집모기의 일종인 큘렉스 모기의 암컷이 뇌염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있는 돼지나 소의 피를 빨아먹은 후 10일정도가 지나 다시 사람의 피를 빨 때 모기의 침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일본뇌염이다. 물론 빨간집모기에 물렸다고 모든 사람이 뇌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주로 3∼14세의 어린이가 걸린다. 지금까지의 역학조사결과 2천명이 뇌염모기에 물렸을 경우 단 1명만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염이 발생하는 이 같은 경로로 미루어 이 병에 걸리지않는 가장 중요한 길은 어린이들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뇌염 백신주사를 맞으면 80%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한달쯤이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에 방역과 예방의 시기선정이나 주사 맞는 시간의 결정 등 문제가 많다. 또 세계보건기구가 뇌염백신의 효과를 인정치 않는 것을 보면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뇌염경보는 해마다 장마철이 끝나는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발해지는 것이지만 76년에는 25명 발생에 단 한사람의 희생자도 내지않은 기록을 갖고있다.
그 해 보시당국은 때맞추어 주의보를 내리고 중간숙주인 돼지에 예방주사를 놓아 사람에게 뇌염백신을 놓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
이러한 경험은 당국이 효과적인 방역활동을 펴고 국민들이 모기에 물리지않는 환경개선에 힘쓰면 뇌염은 아주 추방해버릴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나타내준다.
전남 완도에서 뇌염환자가 발생했다. 작년보다 13일 빠른 것이라고 한다. 장마철이 일찍 지나고 찌는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는 기상조건이라 모든 가정의 각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는 남이나 당국을 믿기보다 우선 스스로 조심부터 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