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아저씨, 햄버거만 먹으니까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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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광용아, 햄버거 맛있니?
다음을지키는사람들 지음, 조선은·탁종명 그림, 리좀, 160쪽, 8500원

어린애 치고 햄버거.피자 싫어하는 아이가 있을까. 뚱뚱해진다, 머리 나빠진다 등 갖은 말로 겁을 줘도 애 마음을 돌리기는 힘들다. 증거가 없으니 못 믿을 수밖에.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을 이른바 '생체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지난해 개봉한 미국 모건 스펄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사이즈 미'의 한국판임을 자처하고 말이다.

'광용아, 햄버거 맛있니?'는 지난해 10월 16일부터 24일 동안 패스트푸드만 먹은 환경운동가 윤광용(32)씨의 이야기를 체험일기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햄버거만 먹으면서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설득력있게 풀어놓는다.

주인공 '광용이'는 4주 동안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음식만 먹기로 하고 신이 났다. 햄버거 속 고기를 많이 먹고 쑥쑥 자라 멋진 근육질 사나이가 되겠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아! 그런데 이상하네. 속이 느끼해지더니 오늘은 화장실에 다섯번이나 갔다왔다. 계단을 오르는데도 숨이 가쁘고. 앗, 또 뭐야!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몸무게가 3kg이나 늘었다니. 게다가 기분도 우울해져 작은 일에도 짜증내는 싸움닭이 돼 버렸다.

진짜 문제는 간에서 터졌다. 햄버거를 먹기 전 22였던 간 수치(GPT)가 열흘 만에 정상수치 43을 훌쩍 뛰어넘어 50을 기록했다. 24일째. 간 수치는 75까지 올라갔고 협심증 증세까지 보였다. 패스트푸드에 많이 들어있는 트랜스 지방이 원인이란다. 결국 목표했던 4주는 포기해야만 했다.

실제 사례에서 뽑아낸 이야기인 만큼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또 다소 단조로운 내용이지만 영화 '슈퍼사이즈 미'처럼 재치 넘치는 유머를 더해 재미있게 엮어놨다.

하지만 주제가 너무 선명해서인지 패스트푸드의 단점만 일방적으로 언급했다는 한계가 있다. 패스트푸드의 필요성과 장점, 그리고 현명한 이용법 등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 혹 고학년 아이들의 거부감을 사지는 않을런지.

책을 쓴 '다음을지키는사람들'은 윤씨가 소속된 시민단체 '환경정의'산하 모임. 이미 2000년과 2004년, 파격적인 제목의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1,2'(시공사)를 펴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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