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수능 이후 고3 교실은 꿈과 행복 넘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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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많은 수험생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길고 멀었던 수험생의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홀가분한 마음이 찾아오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이맘때면 고3 교실은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수시 합격이 확정된 학생과 대학에서 요구한 수능 최저등급 통과를 목전에 둔 학생, 그리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 수능 점수가 발표되고 학생들의 진로가 확정될 때까지는 이런 현상들이 어쩔 수 없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학교는 고3 학생을 위한 특별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다양한 처지의 학생들에게 걸맞은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하고 싶지만 미뤄왔던 폭넓은 교양과목과 문화 체험학습에 관심을 갖고 지도할 때다. 학생들의 요구와 학부모의 희망, 학교의 운영 방침이 서로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행복한 학교를 떠올려 본다. 지금 이 시기에 학생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모든 고3 학생이 수능 이후에 학교에 오는 일이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고 평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했던 시간으로 기억되도록 탄력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고등학교 교장 재직 시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던 생각이 난다.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가장 유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특별한 행사를 계획하고 실시했던 소중한 기억이다.

 시립합창단을 초청해 연주회를 했던 일, 결혼 예비학교를 마련해 이제 성인으로 이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며 행복한 생각으로 접근하게 해주던 일, 성년의날 단체행사를 계획해 성년으로서의 몸가짐과 각오를 새롭게 세우고 성년의 기쁨과 의무를 느끼게 해주던 일, 새로운 벤처시대에 성공한 유명 강사를 초청해 꿈과 비전을 심어주던 일, 학생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초청해 기쁨을 주던 일. 많은 노력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학생들을 위해 좀 더 폭넓은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다시 우리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꼭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열정과 꿈을 가지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특강이다. 독서에서 느끼는 실감 이상으로 우리 학생들에게 초청 강연을 통해 새로운 꿈과 도전을 할 수 있게끔 인생의 간접경험을 더 많이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각종 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활동도 제공하고 싶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모시고 그 직업의 가치관과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다. 또한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각종 봉사활동과 감성을 기르는 행사도 적극 권하고 싶다.

 봉사의 참뜻과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끼는 다양한 봉사활동과 함께 현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경제 교육도 해보고 싶다. 특히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글로벌 에티켓 교육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멋있고 교양 있으며 배려심 강한 세계 시민교육을 권하고 싶다.

 가정에서 실시할 수 있는 다양한 가족 프로그램을 소개해 그동안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했던 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또는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도 소개하고 싶다. 우리 학생들이 가정의 소중함과 사랑을 나누는 일들을 마련해 새로운 가족관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어떨까. 또한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친구와 함께 우정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시간이 마련된다면 우리 학생들이 더욱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열거한 모든 것을 모두 실천한다는 것은 학교의 여건과 가정형편상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중에서 몇 가지라도, 아니면 좀 더 새로운 프로그램이 있다면 꼭 실천해 보길 바란다. 그래서 고3 학사일정의 마무리가 학생들 입장에서 가장 소중했던 시간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

 학생의 행복은 가정의 행복이며 국가의 행복이다. 이제 학부모는 잔소리보다 칭찬하며 격려해 주길 바란다. 성인으로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자녀들에게 행복의 시작을 알리는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멋진 학부모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류창기 전 천안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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