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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란한테 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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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이 40년째 이어진 이란 원정 징크스를 또 깨지 못했다. 한국은 숙적 이란과 전후반 90분 내내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지만 아깝게 졌다. 장현수(왼쪽)가 이란 선수들과 한데 엉켜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테헤란=뉴시스]

지긋지긋한 이란전 원정 징크스를 털어내고자 했던 한국 축구의 도전이 다시 실패로 끝났다. 잘 싸우고도 통한의 실점을 허용하며 졌다. 한국에게 여러 차례 패배의 아픔을 안긴 이란의 간판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34·오사수나)이 또 한 번 천적 역할을 했다.

 한국은 18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축구대표팀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37분 교체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19·루빈 카잔)에게 실점을 허용해 0-1로 졌다. 지난 14일 요르단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둔 한국은 A매치 원정 2연전을 1승1패로 마무리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통산 전적은 2승2패다.

 안타까운 역사가 되풀이됐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은 유독 이란 원정길에만 오르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란과 치른 여섯 번의 원정경기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하고 2무4패에 그쳤다. 대결 장소인 아자디 스타디움이 치악산 정상(해발고도 1288m) 높이와 엇비슷한 높이(1273m)에 위치해 우리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은 것도 숨겨진 원인이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이란과의 상대전적 9승7무12패를 기록하게 됐다.

차두리(왼쪽에서 셋째)가 후반 막판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승부는 체력이 떨어진 후반 막판에 갈렸다. 아크 정면에서 허용한 프리킥 찬스에서 네쿠남이 오른발로 찬 볼이 왼쪽과 오른쪽 골포스트에 잇따라 맞고 흐르자 아즈문이 뛰어들며 머리로 받아넣었다. 슈팅 장면에서 아즈문이 골키퍼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을 밀어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왔지만 심판은 골키퍼 차징 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양 팀은 90분 내내 치열하게 부딪쳤다. 세트피스 상황마다 육탄전을 방불케하는 몸싸움을 벌였다. 거친 태클이 난무했고, 여기저기서 선수들이 나뒹굴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경기 분위기가 과열돼 양팀 선수들끼리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국의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오심으로 먹은 골을 용납할 수 없다”며 그라운드에 뛰쳐나와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란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잘 아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선수 점검을 멈추고 총력전을 택했다.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이근호(29·엘 자이시)를 최전방 원톱으로 기용했다. 손흥민(22·레버쿠젠)·구자철(25·마인츠)·이청용(26·볼턴)을 2선에 세웠고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박주호(27·마인츠)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포백은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곽태휘(33·알 힐랄)·장현수(23·광저우 부리)·김창수(25·가시와 레이솔)가 맡았고 김진현이 수문장으로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9분 발이 무거워진 이근호를 빼고 박주영(29·알 샤밥)을 투입해 득점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손흥민의 적극적인 공격이 홀로 돋보였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위력적인 슈팅을 잇따라 시도해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10분 왼쪽 측면을 파고든 이청용의 크로스를 헤딩슈팅으로 연결한 게 출발점이었다. 전반 23분과 전반 40분, 후반 8분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며 한국축구의 새로운 공격 에이스다운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여러차례 득점 찬스에서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올 시즌 A매치 일정을 마무리한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 본선에 대비한 옥석 고르기에 나선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9일까지 50명의 아시안컵 예비명단을 아시아축구연맹 에 제출한다. 23명의 최종엔트리 마감은 다음 달 30일이다. 1960년 2회 대회 우승을 끝으로 아시안컵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한국은 55년 만의 정상 복귀에 도전한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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