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 호랑이 잡고 맨 먼저 15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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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한이죠."

지난주 본지 '스타산책'(7월 23일자 20면)과의 인터뷰에서 삼성 선동열 감독은 8개 구단 선수 전체를 다 섞어놓고 드래프트를 한다면 손민한(롯데.사진)을 가장 먼저 뽑겠다고 했다. 현재 가장 안정된 선발투수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손민한이 또 한 번 진가를 과시했다. 손민한은 27일 광주에서 벌어진 기아와의 경기에서 시즌 15승째를 올렸다. 물론 가장 먼저다. 다승 2위 캘러웨이(현대.11승)와의 거리를 4승차로 벌렸고, 방어율에서도 전날까지 1위였던 배영수(삼성.2.41)를 제치고 맨 꼭대기(2.37)에 올라섰다. 15승은 자신의 역대 시즌 최다승 타이. 그는 2001년 15승6패로 다승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손민한의 매력은 '안정감'이다. 그는 불 같은 강속구로 삼진을 잡아내는 화려함도 없고, 현란한 변화구를 던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무리한 승부를 펼치는 법이 없고, 마운드에서 자신을 다스릴 줄 안다. 소리 내지 않고 흐르는 깊은 물 같다.

손민한은 이날 1회 말 1사 1,3루의 위기에서 4번 타자 마해영과 마주쳤다. 초구 몸쪽 높은 공으로 헛스윙 유도, 2구 볼, 3구 바깥쪽 꽉 찬 직구로 스트라이크, 그리고 4구째 바깥쪽 약간 빠지는 변화구로 마해영의 방망이를 끌어냈다. 균형을 잃은 마해영은 무리해서 잡아당겼고, 타구는 3루 쪽 병살타가 돼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이게 손민한의 강점이다. 서두르는 상대 타자의 마음을 이용할 줄 아는 영민함.

롯데는 강민호의 홈런 등 5회까지 10안타로 7점을 뽑아내 승부를 갈랐다. 손민한은 승부가 결정된 6회 2사 후 마운드를 내려갔다. 5와3분의 2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 롯데는 7-0으로 이겼다. 유남호 감독이 사퇴한 기아는 시종일관 무기력했다. 마운드에서도, 타석에서도, 벤치에서도 모두 집중력과 목표의식 없이 갈팡질팡했다.

잠실에서는 SK가 LG에 6-5로 이겨 LG를 5연패로 몰아넣고 3위 한화에 0.5게임차로 바짝 다가섰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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