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선 공공시설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안전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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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원래부터 화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예술적 측면도 있지만 디자인의 기본은 안전이다.”

 ‘안전 디자인’ 전문가인 홍익대 디자인경영학과 나건(54·사진)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왜곡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공대와 KAIST(산업공학 석사)를 졸업한 그는 미국 보스턴에 소재한 터프츠대에서 인간공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디자인 상인 레드닷 어워드(Red Dot Award)의 심사위원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2009년부터 맡고 있다.

 나 교수는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럼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분석에 따르면 식욕 등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안전이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디자인도 인간의 안전 욕구를 충족해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인체의 정보 인식 채널은 시각이 70%, 청각이 20%”라며 “압도적으로 눈에 의해 외부 정보를 인식하는 만큼 안전 관련 시각 디자인이 잘못 설치되면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안전을 충분히 고려한 시각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나 교수는 “우리가 디자인의 예술적 측면에 치중해 안전보다 외양을 우선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안전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공 시설물이나 제품을 만드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안전 요소를 디자인에 충실하게 반영한다”고 소개했다.

나 교수는 “미국의 경우 안전사고를 초래한 제품은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다”며 “애플의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도 쉽고 편한 디자인의 기능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나 교수는 “디자인은 사치의 대상도 아니고 실생활과 무관하지도 않으며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국에서는 정책담당자와 디자이너·시민이 함께 참여해 안전사고나 범죄예방 차원에서 공공 디자인 서비스 정책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한국은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주로 가르치지만 독일은 공과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라고 나 교수는 소개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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