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업 고위직 대대적 司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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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사정팀이 4백여개 공기업의 사장.감사 등 고위직 인사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정(司正)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 같은 사정 결과는 최근 진행 중인 공기업 경영진 인선과 맞물려 있어 대대적인 물갈이로 발전될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권이 바뀌면 원래 쭉 한번 들여다 보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사정이)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조사 결과 일부 인사에 대해선 몇몇 구체적 비리사실을 적발했으며, 이들에 대해선 비리 자료를 장관에게 넘겨 자진사퇴를 유도하게 하거나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사정 당국은 ▶판공비 사용 내역 ▶인사.납품 비리 ▶예산 전용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으며, 대강의 작업을 일단 이달 중순께까지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A단체장의 경우 자신의 그림을 내걸고 서화전을 열면서 납품업체들에 초대장을 돌려 그림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B공기업에서는 사장의 판공비 영수증을 추적한 결과 부인의 해외여행 경비로 지출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물의를 빚은 두 단체장은 최근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C공기업에서는 사장이 판공비 외에 수억원의 일반 업무 예산을 전용(轉用)해 개인적인 용도로 쓴 혐의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작업은 정보기관이 그동안 수집해온 내용과 각 기관으로 접수된 비리 제보 등을 토대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남주 부패방지위원장은 최근 "지난해 1년 동안 2천4백~2천5백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공개한 바 있다. 또한 청와대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공기업 고위직들에 대해 "임기는 존중하겠지만 보장하지는 않겠다"고 대폭적인 인사 물갈이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비리첩보가 들어오면 감찰하는 차원의 일상적인 사정을 하고 있다"며 "일괄적으로 하거나 시한을 정하는 등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文수석은 "일부 산하단체장이나 공기업 고위직 인사의 사례가 보고돼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 출범 초기이다보니 건수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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