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의 의지" 넘치는 155마일 휴전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백55마일 철책을 지키는 최전방 장병들의 6·25아침은「필승의 의지」로 밝았다.
중부전선 육군 승리부대 예하 제8305부대·○○경계초소. 해발1천m가 훨씬 넘는 전방 최고의 이 고지는 6·25당시 마주 보이는 적의 동굴요새 오성산(106m)을 탈환하기 위해 수많은 장병이 피를 흘렸으나 휴전 때문에 더이상 북진을 못한 한 서린 곳.
새벽2시. 장병들에겐 밤이 있을 수 없다.
풀벌레 소리만 들릴 뿐 고요가 깃든 진지. 2명씩 1개조가 된 장병들은 적외선 조준경으로 어둠을 뚫고 적의동정을 살핀다.
『적이 나타나면 철책선 바로 앞까지 접근하도록 내버려두었다가 M-16소총으로 실탄 20발을 선물할 생각입니다.』 6·25동이 선임하사관 김종효 상사(32·순천출신)를 비롯, 필승의 신념으로 뭉친 장병들의 표정에는 여유만만이었다.
새벽3시. 비무장지대 안에 불법으로 설치한 북괴의 스피커에서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오면서 전선의 고요를 가른다.
풀벌레들도 귀가 따갑다는 듯 울음소리를 그친다.
『정말 저놈들의 헛소리는 들어줄 수가 없어요. 매스컴을 통해 듣던 북녘의 도발양태를 실감했읍니다.』 대학생 전방경계교육에 참가하고 있는 박춘성군(21·한양대2년)의 눈동자에도 견적필살의 의지가 번득였다. 『경계 잘해 충성하고, 무사고로 효도하며, 간첩 잡아 영웅 되자―.』
어느덧 날이 밝자 수색임무조는 경계구호를 되새기며 철책선 점검에 나섰다.
철책아래 비무장지대 중앙에는 금강산행 전철(전철)이 지난 세월을 말해주듯 빨갛게 녹슨 채 아카시아 숲을 가르며 외롭게 뻗어있다.
7백m전방 북괴초소 앞에는 흰 러닝셔츠 차림의 북괴병들의 작업광경이 눈앞에 들어온다.
북괴의 초소 뒤로는 저격능선이 뻗어있고 그 뒤로 오성산이 흉계를 숨긴 채 남쪽을 굽어보고 있었다.
비록 6·25를 겪지 않은 전후세대의 장병들이지만 저격능선 전투는 생생히 알고있다.
저격능선 전투는 52년10월14일부터 43일간 치른 한국전쟁사상 최장전투였다.
당시 김일성이 『평양은 빼앗기더라도 오성산은 포기할 수 없다』고 발악했던 이 전투에서 아군 제2사단(사단장 정일권 중장)은 중공군 4개 사단병력과 맞싸워 적 7천5백91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상오6시 근무교대를 하면서 승리부대장병들이 외치는 구호는 『필승』이었다.

<중부전선○○고지=김재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