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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 사례 또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M-16소총 강도모의사건은 범행 실행 전에 해결되었으나 우리사회가 안고있는 한탕주의, 찰나적 쾌락주의, 잃어버린 죄 의식 등이 복합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신명연씨는 파독 광부의 아내였다. 중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있다. 그녀의 탈선은 많은 가정주부들이 파탄의 비극으로 빠지는 첫 문턱인 카바레였다.
지난해7월 신씨는 서울동대문 K관광카바레에서 범인 이창건을 만났다. 오랜 남편과의 떨어짐에서 외롭던 신씨는「한번쯤은」했던 카바레출입이 거의 매일같이 이를 만나게되었고 드디어 욕정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이의 당구실력은 4백이었다. 그는 낮에는 당구장에서 내기당구로, 밤이면 유부녀를 노리는 제비족인 기생충 같은 존재였다.
서울미아동 M여관을 무대로 밤낮 없이 밀회를 거듭하던 이들은 아예 방을 얻어 동거까지 했다.
전직경찰관의 2남l녀 중 2남인 이는 15세 때인 62년 전남목포시 M상업중학교 2년을 중퇴, 가족을 따라 상경했다.
이는 66년부터 강원도 황지에서 2년 간 광부로 일하다 70년부터 8년 간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라디오, 시계 등 전자제품중개상(속칭 나까마)을 했으나 별 재미를 못보고 그만뒀다.
광부, 전자제품 중개상등의 생활로 성격이 거칠고 난폭해진 그는 그 후 아무직업도 없이 당구장을 드나들며 건달노릇을 해왔다.
71년 혼인신고만 하고 동거한 부인 금씨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있으나 생활비는커녕 주1∼2회 정도 잠깐 집에 들르는 정도였다.
이때 신씨를 만나게됐다.
고향인 강원도 황지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한 신씨는 68년6월 현재의 남편 김모씨(35)와 중매 결혼했다.
김씨가 77년4월 서독에 광부로 나가자 석 달만에 가정을 버린 것이다.
남편이 서독에서 피땀 흘려 벌어 보낸 돈 6백여 만원을 이와의 유흥비로 탕진했다. 이가 M-16소총을 구하기 1주 일전 그녀도 모든 범행계획을 알고 스스로 가담하겠다고 제의했다. 탕진한 6백만 원을 강도질로 되찾겠다는 끔찍한 생각이었다.
이의 동생이『총을 가지러 부대주위로 오라』고 연락했을 때는 백금반지를 전당포에 저당 잡혀 콜택시비용 4만원을 대주기까지 했다.
최근 남편 김씨가 휴가 차 귀국하자 신씨는 서울 정릉동 산92 이와 동거하던 집에서 나오기는 했으나 낮에는 이를 계속 만났고 밤에만 집에 들어가는 형편이었다.
이두현(25·무직), 김수면(29·무직)등도 당구장을 무대로 노는 건달로 모두 폭력전과 하나씩은 갖고 있는 자들.
이는 『열심히 살려고 부지런을 떨어도 원래 없는 놈이 별수가 있겠는가. 잘살려면 한탕해서 한밑천 잡는 길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나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 가된 신씨를 위해 내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본인의 뜻에 따라 죽여주는 것이었다』고 태연히 경찰에서 말했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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