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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무턱대고 열심히 하라면 안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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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토론 수업이 강의식 수업보다 효과적일까. TV나 오디오를 이용하는 게 말로만 하는 수업보다 이해가 잘 될까. 남과 같이 공부하는 것과 혼자 공부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일까. 숙제는 많이 내주면 좋은 걸까. 그 답은 '학생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이다.

공부 방법에도 궁합이 있다. 성격이 활발한지 조용한지, 감각에 의존하는지 직관을 중시하는지, 체계적인지 자율적인지 등에 따라 잘 맞는 공부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성격 유형을 제대로 파악하면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성격 유형 검사인 MBTI를 학생 지도에 활용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들의 조언을 통해 각 성격 유형에 맞는 공부 지도 방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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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가지 성격 유형=MBTI 검사는 네 가지 지표를 이용해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등으로 성격을 분류하는 것이다. 성격 유형별 특징을 보면, 외향성(E)은 친구가 많고 활발하며 적극적인 반면 내향성(I)은 조용하고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 감각형(S)은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이해하는 데 비해 직관형(N)은 직관과 상상력을 이용한다. 사고형(T)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지만 감정형(F)은 감정이 풍부하고 인정이 많다. 판단형(J)은 계획적.체계적이나 인식형(P)은 자율적이고 융통성이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 가장 많은 유형은 ENFP형과 ESFP형으로,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한다. MBTI의 어떤 성격 유형도 '나쁜' 건 없다. 단지 서로 '다를' 뿐이다.

◆SP형, 숙제를 줄여줘요=이세원(16.가명)군은 반항아였다. 5학년 때는 선생님과 싸운 뒤 교탁을 발로 차고 유리창을 손으로 깨기도 했다. 검사 결과 이군은 ESTP형이었다. 이를 안 담임 정경연(부산 남문초)교사는 이군에게 숙제를 줄여줬다. 다른 학생과 달리 일기를 일주일에 두 번만 써오게 했고, 일기를 써오면 다른 숙제는 안 내줬다. "SP형은 말을 잘 안 듣고 잘 따지는 게 특성이죠. 공부를 못한다고 구박하면 오히려 반항을 해요. 대신 통제를 덜 받는다고 느끼면 반대로 더 잘하게 돼요."

◆NF형, 비밀얘기로 자신감 키워요=김지영(13.가명)양은 평소에 너무 말이 없고, 행동이 느리고 무기력했다. 공부에도 관심이 없고 마지못해 했다. 성적은 반에서 중간 정도였다. 검사에서 INFJ형으로 나타났다. 정경연 교사는 김양의 일기장에 남기는 코멘트를 통해 김양에 대한 관심을 전하고 대화를 나눴다."NF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와의 심리적인 교류가 중요하죠. 특히 선생님과 자기가 어떤 비밀을 나누고 있다고 느끼면 상당히 성장하고 자신감을 얻어요.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껴야 공부 동기가 생겨요."

또 정 교사는 김양이 관심있어 하는 심리 관련 책을 빌려주고 책 내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소설이나 시, 역사 등 내면을 자극하는 분야는 NF형이 가장 좋아하는 학습 내용이다.

◆SJ, NT형은=SJ형은 규칙이나 숙제를 철저하게 챙기는 모범생 스타일이다. 꽉 짜인 강의식 수업을 좋아하고, 단답형.선택형 시험에 더 강하다. 이런 SJ형에게는 체계적.단계적이면서 예습보다는 복습이 중심인 공부가 더 편하다. NT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지적 호기심과 독립심이 강한 '꼬마 과학자'형이다. 특히 과학 영역의 탐구학습을 좋아한다. SJ형과는 반대로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주제를 던져주고 개별적으로 탐구토록 하면 잘한다. 박정묘(부산 대청초)교사는 "성격 유형검사를 통해 자신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모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아는 것 자체를 매우 만족해 한다"며 "공부를 할 때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를 스스로 생각하면서 공부하게 되기 때문에 학습의 효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성격 유형검사는 여기서=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초등학생의 경우 MMTIC(어린이용 MBTI)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MBTI연구소(www.mbti.co.kr)의 홈페이지에는 MMTIC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각 지역 상담실이 소개돼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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