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 아체 반군 "분쟁 종식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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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와 아체 분리주의 반군이 유혈분쟁 종식을 위한 평화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AP와 AFP 등 외신이 17일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9년간 1만5000여 명의 희생자를 냈던 아체 독립투쟁이 종식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양측은 평화안에 곧 가조인한 뒤 다음달 핀란드 헬싱키에서 공식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소피얀 드자릴 공보장관은 이날 "정부가 반군 자유아체운동(GAM)이 제안한 평화안 초안을 16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핀란드에서 열리고 있는 양측 간 평화협상 대표로 참가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지난해 말 쓰나미로 13만여 명이 숨진 아체 지역 피해복구 지원을 놓고 국제사회가 인도네시아 정부에 아체 지역 유혈분규 종식을 요구해 성사됐다. 현재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이 이끄는 위기관리구상(CMI)이 회담을 중재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아체 지역은 1945년 네덜란드에서 독립했으나 51년 인도네시아에 합병됐다. 이후 76년 주민들이 GAM을 결성,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독립투쟁을 해 왔다. 석유와 가스 자원이 풍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반군들의 독립투쟁에 강력히 대응해 왔다.

초안에 따르면 반군은 아체 지역 내 정당을 결성해 지방자치를 할 수 있다. 또 다양한 방법으로 중앙정치에 참여하되 반군들은 3개월 내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 반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분리 독립주의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사면을 실시해야 한다. 아체 지역에 주둔 중인 5만 명의 정부군 병력도 철수시켜야 한다.

그러나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반군 일부가 아직도 평화안 합의는 환영하면서도 무장해제는 성급하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초안에서 반군들이 아체 지역에서 자유롭게 선거를 실시할 수 있지만 전국적인 선거를 요구할 수는 없도록 했다. 지방자치를 통해 힘을 키운 반군들이 독립을 위해 장차 전국적인 선거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향후 반군들의 힘이 커지면 독립요구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형규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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