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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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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탈리아 조각가「실비오·카자니」의 작품. 여신이 지구를 떠받들고 있다. 높이 36cm, 무게 5kg의 순금 덩어리 월드컵 축구 대회 트로피다.
바로 이 트로피를 둘러싸고 올해는 유난히 시끄럽다. 14일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누캄프 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은 TV를 통해 7억의 인구가 관람했다.
중공서도 매일 저녁 1시간씩 TV중계를 한다는 발표. 지구의 한 쪽에선 포성이, 또 다른 한쪽에선 열광의 환호가!
태국의 어떤 신문은 월드컵 대회 중엔 온 세계에서 전쟁을 멈추자는 제의도 했다. 아무튼 지구의 눈은 스페인에 쏠려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축구는 사양 경기였다. 황제 (펠레)도, 슈퍼스타(베켄바워)도, 검은 표범(에우제비오)도 모두 퇴장, 세계의 축구 경기장은 한 때나마 공허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축구는 다시 중흥 기를 맞고 있다. 이유가 있다. 우선 무대가 넓다. 기량이 무한하다.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와도 같은 종횡무진의 질주. 이것을 보는 관중의 마음은 더없이 후련하다. 불황도, 일상적인 근심사도 이 순간만은 없다.
역대 월드컵 대회의 하이라이트들을 보면 인간의 숙련이 저 정도인가 싶다. 놀랍기보다는 자율 스럽다. 손도 아니고, 발의 움직임이 그렇게 기민하고 정교할 수가 없다.
폭풍처럼 닥치는 위기와 변화 속에서 섬광 같은 것이 번쩍이는 것이다.
월드컵축구는 올림픽 중간 년에 4년마다 열린다.
단독 경기로는 최대 규모다. 아마 인기도 이보다 더한 스포츠는 없을 것이다.
유럽의 어느 나라는 때아닌 폭동이 날까 걱정이다. 이겨도, 져도 국민들의 광기를 다스릴수 없다는 얘기.
올해 12회. 그 동안 73년에 우승한 브라질이 삼연승으로「쥘·리메」컵을 영구 보존하게 되었다.「카자니」의 작품은 그 이듬해 새로 제작된 것.
바로 이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축구연맹 (FIFA) 의 회원국은 유엔 가입국보다 많은 1백54개국. 1930년 연맹회장인「쥘·리메」(프랑스)가 월드컵을 창안, 첫 대회를 독립 1백주년을 맞는 우루과이에서 열었다.
축구는 오늘까지 남아 있는 가장 원시적인 스포츠의 하나. 그 기원은 고대 바이킹족에서 찾을 수 있다고도 한다. 사람의 머리를 발로 차고 놀던 풍습이라는 설은 어디까지 정말인지 모르겠다.
많은 문헌들은 영국이 축구를 발전시켰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크리키트의 신사로 알려져 있지만 바이킹의 놀이를 즐기는 일면도 있다는 뜻인지. 14세기엔 「에드워드」2세가 축구 금지령까지 내렸던 나라였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축구는 모든 영국 학교 교정에서 장려되었다. 우리 나라도 축구의 역사는 길다. 서기 6백년 무렵에 볼을 갖고 경기를 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도 있다. 요즘은 서울운동장에서나 활개를 치는 실력이지만.
마침 포클랜드에선 종전의 소식이 들린다. 세계인의 축제는 더 한층 기분을 돋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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