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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아시아] '토양대전' 중국인 입맛을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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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국내 영업 활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베이징 오리구이 전문점 취안쥐더가 ‘가족식 파티’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통 오페라 ‘경극(京劇)’과 곡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취안쥐더 가족 파티의 한 장면이다. [취안쥐더 제공]

세계화는 이제 일상이 됐다. 외국 브랜드의 거센 도전에 토종 브랜드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국 자본 진출이 활발한 중국과 일본은 특히 그렇다. 이에 따라 살아남기 위한 토종 브랜드의 자구책 마련 노력이 처절하게 펼쳐지고 있다.

"라오쯔하오(老字號:옛날 상표)를 살리자."

중국 산업계에서 오래전부터 나온 구호다. 그러나 구호뿐이었다. 실제 행동은 없었던 것이다. 한데 최근 이 구호가 착착 실행으로 옮겨지고 있다. '토양대전(土洋大戰, 국내 상품과 수입품 간의 싸움)' 때문이다. 물 밀듯이 들어오는 외국 브랜드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중국 고유 브랜드의 자구 몸부림이 처절하다.

'베이징 오리구이(北京鴨)'로 유명한 취안쥐더(全聚德)의 변신이 가장 눈길을 끈다. 1864년 탄생, 14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취안쥐더는 지난해 수도여행(首旅) 등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들과 손잡았다. 중국의 전통 음식점인 펑쩌위안(豊澤圓), 궁중요리 전문점인 팡산팡(膳房) 등을 합병해 현대화를 향한 변신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선 전국 52개 식당의 경영을 표준화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전통의 맛이 담긴 메뉴도 표준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국영 고유 브랜드=만성 적자'라는 상식을 깬 것이다. 9억위안(약 111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경영보고회의에 모인 취안쥐더 산하의 각 업체 대표는 축배를 들었다.

톈진(天津) 요식업의 간판 스타였던 전통 만두집 '거우부리(狗不理)'의 변화도 화제다. 2월 중국의 전통 한약 제조업체인 유명 기업 '퉁런탕(同仁堂)'과 합쳤다. 이후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경영 방식도 최첨단으로 바꾼 퉁런탕의 변화를 적극 도입했다.

"거우부리의 목표는 앞으로 5~8년 동안 전국 각 성(省)과 대도시에 모두 영업 점포를 가진 중국의 정통요리 음식점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장옌썬(張彦森) 총경리는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딱딱하고 게으른 종업원들의 서비스 태도를 바꾸고, 메뉴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도록 고치는 게 1차적인 목표다. 거우부리는 또 각 영업점에 통할 수 있는 통일 메뉴와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었다.

아예 외국 자본과 전략적 제휴를 하기도 한다. 취안쥐더는 독일 와인 제조사와 올해 제휴 계약을 했다. 취안쥐더의 음식점에서 독일 와인을 판매하는 것은 기본이고 중국과 독일의 전통 요리를 개발해 동양과 서양의 맛을 아우르는 퓨전 음식을 선보일 전략도 구상 중이다.

라오쯔하오의 화두는 '연경화(年輕化:젊어지기)'다. 각 브랜드 역사가 100년 넘는 곳이 수두룩한 만큼 영업에 낀 낡은 관행의 '때'를 닦아내는 작업이다. 국제 표준화 모델인 ISO를 획득하는 데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라오쯔하오'들은 1만 개 정도. 정부로부터 '중화(中華) 라오쯔하오'라는 명칭을 받은 곳만도 2000여 개다. 의약(醫藥)과 음식.식품 등에 몰려 있다. 그러나 수익을 내는 곳은 10% 미만이며 파산 위기에 처한 곳도 20%나 된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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