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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정치Q] 정치인 정운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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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외형상 한국 최고의 지성(知性)이다. 학문적으론 중도파 경제학자다. 언뜻 정치와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그에겐 오래전부터 정치적 풍설(風說)이 붙어다닌다. "총장 임기를 마치면 정치권에 들어온다더라" "차기 정권의 발탁을 기다린다" 등이다. 열린우리당에선 4.30 재.보선 참패 후 "정운찬을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 총장은 정치권의 러브 콜을 뿌리쳐 왔다. 한국 사회 고집쟁이 거사(居士)그룹에 속한 것이다. 총리 자리를 마다한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국회의원 공천 제의를 거절한 심재륜 전 고검장과 이석연 변호사 등이 멤버다. 정치권에서 제 발로 나와버린 박세일 교수도 있다.

정 총장은 김대중 정권 때 경제수석.한은총재를 고사했다. 2002년 대선 때 김원기(현 국회의장) 의원이 노무현 캠프 합류를 권했으나 그는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거절했다. 대선 후 노 당선자가 측근을 통해 경제부총리를 권했으나 그는 "총장 임기(4년)를 지켜야 한다"며 사양했다.

경기중학 때만 해도 그는 국회의원이나 고위직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충남 공주의 양반 가문 출신인 데다 어머니가 "자네, 우리 집안에 정승이 3대째 끊긴 걸 아는가"라며 출세를 독려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외국인 스승의 만류로 꿈을 접었다. '3.1운동의 제34인'으로 꼽히는 스코필드 박사다. 정 총장은 17일 기자에게 "박사는 때가 많이 타는 정치권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건설적 비판을 수행하라고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그는 여전히 현실 정치 참여에 엄격하다. 서울대의 어떤 보직교수는 차기 주자 한 사람을 돕고 있는데 정 총장은 "말릴 수는 없지만 찬성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은 "2006년 7월 임기를 마치면 평교수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정치란 모를 일이어서 임기 후 그의 행보가 바뀔지 알 수 없다. 그의 참신하고 소신있는 이미지를 높이 사 정치권이 자력(磁力)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통령제 개헌이 되면 러닝메이트란 공간도 생긴다.

그러나 '장관 정운찬'은 몰라도 '대중정치인 정운찬'에는 장애물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아버지가 사망한 외아들로 분류돼 군대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친아버지에겐 외아들이 아니다. 작은 아버지에게 양자로 입적됐던 것이다. 사정은 합법적이었으나 해석은 유권자의 몫이다.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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