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서 강팀 만나면 안 된다…"|여고부서 지기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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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 장충 체육관에서 벌어진 제16회 대통령배 쟁탈전국고교남녀배구대회 예선최종일경기에서 광주 송원여고와 광주여상이 결승토너먼트에서 강자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패배, 순수한 학원스포츠를 멍들게 했다.
이날 결승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조 수위를 다룬 광주여상-경복여상(C조), 광주 송원-중앙여고(B조) 경기는 양 팀 모두 지기경쟁이라도 하듯 시종 억지춘향(?) 극을 연출하면서 졸 전으로 일관, 3천여 관중의 심한 야유와 빈축을 샀다.
광주여상-경복여상 경기는 처음부터 결승 토너먼트 진출과는 무관한 순위다툼전이라는 점에서 다소 맥빠진 경기가 예상되기는 했으나 1세트 초반부터 양 팀 모두 무려 7개씩의 서브미스를 범하는 등 고의적인 범실을 남발, 패배를 자초한 셈이었다.
광주여상은 특히 2세트에 들어서는 12-8로 뒤지는 핀치에 몰렸음에도 주전 박미희를 벤치로 불러들이는 여유(?)를 보였는가 하면 선수들이 화이팅을 보이거나 하면 벤치에선 작전타임을 불러 이들을 나무라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광주여상이 만약 C조에서 조수위로 결선에 오를 경우 여고최강 서울의 일신여상과 격돌할 것을 우려, 차라리 지는 편을 택해 게임을 포기했기 때문.
또 게임직전까지 2승의 조수위로 나셨던 B조의 광주 송원여고는 월등한 기량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남발로 중앙여고에 3-0으로 완패 당해 팬들의 분노를 샀다.
실상 광주 송원여고는 전력 면에서 중앙여고에 쉽사리 물러날 팀이 결코 아니었지만 조수위로 오를 경우, 광주여상과 준준결승에서 맞붙게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 같은 고의적인 패배를 한 것.
경기가 끝난 뒤 해당 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는데, 이같은 상식 밖의 고의패배가 속출하게 된 데는 당초 집행부가 결선대진방법을 예선을 마친 후 추첨을 하지 않고 대회 개막 전에 조별 1, 2위가 오를 결선시드를 이미 확정지었기 때문에 난적들을 서로 피하려는 눈치작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고부 패권의 향방은 서울 일신-대전 청란, 경복여상-광주송원, 중앙여고-광주여상, 한양여고-마산 제일여고의 8강 전으로 압축됐으며, 남고부는 이리남성-옥천공, 전북백산-마산 중앙고의 4강 대결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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