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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치아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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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튼튼한 이(치)는 예로부터 오복의 하나로 꼽혀 왔다.
이란 나이가 들면 으레 하나 둘 빠지는 것으로 알았던 선인들이 튼튼한 이를 하늘이 내린 복으로 부러워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관리만 잘 하면 평생 건강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의학자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한국구강보건협회 이사장 김주환 박사는『건치를 원하면서도 치아관리에는 소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꼬집는다.
이는 음식물이 들어가는 관문. 우리가 음식물을 먹으면 이는 이것을 찢고, 부수고 갈아서 소 화되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따라서 이가 튼튼치 못하면 씹는 기능이 충분치 못해 위· 장 등에 무리한 부담을 주게 되며, 결과적으로 소화·흡수능력이 저하된다.
이밖에도 이가 고르지 못하거나 몇 개씩 빠져 버릴 경우 발성·외모 등에 미치는 정신적 열등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발달과정이 신체의 다른 부분과는 다른 점이 많아 나이에 따라 그때그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 6주 경이면 태아에서 치 배가 형성된다. 이때부터 임산부는 충분한 영양섭취에 신경을 써야 아이가 튼튼한 이를 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칼슘·인·마그네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의 충분한 섭취가 좋은 이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출생이후에도 부모의 꾸준한 배려가 필요하다.
생후 6∼8개월이면 젖니가 나기 시작한다. 이들 젖니는 치아의 질이 나쁘고 단단치 못해 세균에 침식당하기가 쉽고, 충치의 진행속도가 빠르다.
일반적으로 젖니는「갈아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으나 이러한 생각은 금물이다. 젖니가 영구치와 교환되는 시기는 6∼12세. 충치로 인해 교체될 영구치가 나기도 전에 젖니를 빼는 것은 치아부정교합의 가장 큰 원인이다.
부정교합은 외관상도 보기 흉하지만 음식을 씹는데도 불필요한 노력이 든다. 땅콩을 먹을 경우 씹는 횟수는 약 23∼50회 정도. 그러나 부정교합인 사람은 30∼80회가 소요된다.
따라서 12∼13세, 영구치 교환을 할 때 치아를 바로 잡아야 하며 늦어도 23세 이전에 해주어야 한다.
서울대 치대 최상묵 교수(치주과)는『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40%정도는 충치, 20%는 부정교합』이라고 말한다.
충치는 대체로 25세 이전에 발생한다. 치아가 완성되는 25세 이후의 충치는 어렸을 때 이미 생겨 있던 것이다.
충치의 원인은 입안에 남아 있는 음식물찌꺼기와 세균이 상호 작용해 발효하고 이때 생긴 강산이 치아표면을 녹이는 것이다.
우리의 입안에는 40여 가지의 세균이 2백억 마리 정도 살고 있다. 이 세균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이 당분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당분 자체보다는 당분이 입안에 남아 있는 시간이다. 당분이 남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충치발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간식을 자주 주는 것도 문제. 이는 입안을 산성화하는 빈도가 잦아져 치아가 부식될 가능성이 그 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흔히 풍치라 부르는 치주 병은 30대 후반 이후에 주로 발생한다.
40대 이후 이가 빠지는 것도 바로 치주병 때문.
최 박사는『우리나라 사람들은 30세 이상에서 약 80%가 풍치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풍치도 충치와 마찬가지로 당분 등 음식물찌꺼기에 세균이 번식, 이 때 발생하는 독소 때문에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것.
충치는 호기성세균이 일으키지만 풍치는 혐기성 세균이 일으킨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풍치는 증세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자각증상이 별로 없어 흔히 방치하기 쉽다.
잇몸에서 피가 나고 이가 시린 증세가 나타날 정도로 악화되면 이미 잇몸에는 고름주머니가 생겨 아프고 악취가 난다. 따라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결국 이를 뽑아 버려야 한다.
서울대 치대 김종원 박사(구강의과)는『1년에 1∼2회 정도 치석을 제거해 주고 평소 잇몸이 부었을 매 소금물로 닦아주는 것이 풍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칼슘이나 비타민 등도 40대 이후에는 치아건강에 큰 효과가 없으므로 평소 치아를 청결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올바른 칫솔질을 습관화하는 것이 치아관리의 기본적인 방법이다.
칫솔질의 의미는 이에 쌓인 치태(플라크)를 제거, 세균발생을 억제하자는 것.
따라서 칫솔을 좌우로 닦는 것보다는 위아래로 움직여 이사이에 끼여 있는 찌꺼기를 빼내는 것이 좋다.
또 음식을 먹은 후 3분 이내에 3분 정도 충분히 닦아주어야 한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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