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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고속도로 사고 많은 곳] 위험 지점 4곳 직접 가 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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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영동고속도로에서 가장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인천 방향 양지터널 부근. 터널 입구에 견인차가 거의 매일 대기하고 있다.

상습 정체 터널 들어가다 '급브레이크'
영동선 터널 17곳

5일 오후 6시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양지터널 부근.

시속 120㎞ 이상으로 질주하던 쏘나타 승용차가 터널 500m 앞에서 급브레이크 소리를 낸다. 승용차 뒤를 바짝 쫓아가던 트럭도 간신히 속도를 줄여 위기를 넘긴다.

"터널이 많아 이런 일이 잦습니다." (경기경찰청 순찰대 박제헌 경사)

영동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에 이어 둘째로 사고가 많다(지난해 640건, 40명 사망). 평상시 통행량은 하루 평균 6만여 대. 하지만 7, 8월 휴가철에는 12만~15만 대 정도로 급증한다. 영동고속도로에는 17개의 터널이 있다. 터널 앞뒤 도로에는 갓길이 없어 길이 갑자기 좁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사고가 가장 많은 곳은 인천 방향 양지터널(15건)과 강릉 방향 마성터널(13건) 부근. 양지터널 부근은 양지나들목에서 바로 진입한 차량과 주행 중인 차량이 뒤섞이는 데다 4㎞ 전방에 용인휴게소가 있어 늘 정체를 빚는다. 5월 19일에도 3중 추돌사고로 세 명이 다쳤다.

사고가 잦다 보니 견인차가 터널 입구에 상주해 있을 정도다.

강릉 방향 마성터널(1450m) 부근에서도 지난해 57명이 다쳤다. 터널 앞 3㎞ 지점에서 에버랜드 우회도로가 합류되고 용인나들목이 있어 접촉.추돌사고가 잦다.

터널 12개가 몰려 있는 둔내~강릉에선 둔내터널(3300m)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터널이 길다 보니 운전자가 빨리 빠져나가려고 과속하다가 사고를 내기 쉽다. 진부령.대관령 등 나머지 11개 터널 일대는 상습 안개지역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강원경찰청 순찰대 엄근호 경사는 "터널을 지날 때는 속도를 줄이고 라이트를 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선 갑자기 늘었다 … 줄었다
서울외곽선 청계톨게이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는 일산 방향 청계톨게이트 주변을 조심해야 한다. 청계터널에서 1.2㎞ 떨어진 톨게이트 통행권 발급소 앞에서 사고가 많다.

터널 내 도로가 완만한 내리막이어서 과속 차량이 많다. 터널을 빠져나온 과속 차량은 상습 정체지역인 톨게이트 앞에서 속도를 제대로 줄이지 못해 앞 차를 들이받곤 한다.

경기경찰청 순찰대 정찬수 경장은 "이곳 지리에 익숙한 사람은 문제 없지만 자주 지나다니지 않는 사람은 터널을 빠져나온 뒤 당황할 수도 있다"며 "방어 운전이 필요한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곳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20건. 추돌 사고가 13건, 차로 변경 시 접촉 사고가 5건 등이었다. 출퇴근 시간에는 상습 정체를 빚기 때문에 1, 2차로를 달리던 차량이 외곽으로 차로를 바꾸면서 접촉 사고를 일으킨다.

해마다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톨게이트 주변 지형 특성 때문에 길을 넓히는 등의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국도로공사 측은 설명했다.

판교 방향은 산을 깎아 도로를 만들었고 일산 방향은 비스듬한 경사면 상단을 메워 길을 냈기 때문에 더 이상 넓힐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운전자가 사고 위험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표지판과 노면 화살표 등 안전시설물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부선 신갈분기점
진출입 차량 서로 뒤엉켜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신갈분기점 일대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정체 구간. 정체는 신갈분기점에서 3㎞ 떨어진 수원나들목에서 서울 방향 차량이 합류하면서 시작된다. 이 때부터 차량의 시속은 10~20㎞씩 떨어진다. 영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만나는 신갈분기점에 이르면 강릉 방면에서 온 차량과 안산.동수원.강릉 방면으로 가는 차량이 뒤섞인다. 대표적인 사고 유형은 차로를 바꾸다 벌어지는 접촉사고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일어나는 추돌사고. 지난해 신갈분기점 일대 2㎞ 구간에서 29건의 접촉.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로 두 명이 사망하고 135명이 다쳤다. 전국 사고다발지점 가운데 사고 건수로는 2위지만 인명 피해 면에서 1위를 보인 지점이다.

주말에 1차로는 승합차 전용도로가 운영된다. 경기경찰청 순찰대 김래곤 경장은 "신갈분기점에서 들어온 승합차가 전용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급하게 차로를 바꾸면서 접촉 사고가 빈발한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 측은 이 일대를 편도 4차로에서 5차로로 넓힐 계획이다. 하지만 도로 주변 용인.신갈 일대의 마구잡이 개발로 차량 통행이 크게 증가한 상태여서 정체를 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김 경장은 "인내심을 갖고 되도록 차로를 바꾸지 않고 서행하는 것이 사고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X자 차로 변경하다 '쾅'
남해선 창원분기점

지난해 5건 이상의 사고가 일어난 지점이 12곳이나 몰려 있는 마산.창원~부산 고속도로. 특히 순천 방향 창원분기점과 창원2터널(750m) 부근에선 각각 1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창원분기점은 남해선 순천 기점 133~135㎞, 창원2터널은 마산외곽선 산인 기점 15.2㎞에 있다.

창원분기점 부근의 사고 원인은 대부분 '차로 변경시 추돌'. 창원분기점은 편도 4차로가 2개의 편도 2차로로 나눠지는 곳. 1.2차로를 달리던 차량은 마산.창원 시내로 진입하는 3.4차로 방향 남해선으로, 3.4차로를 달리던 차량은 시 외곽으로 가는 1.2차로 방향 마산외곽선으로 진입하려다 사고를 내곤 한다. 이곳에서 나눠진 남해선과 마산외곽선은 16㎞ 뒤 산인분기점에서 편도 2차로로 합쳐진다. 차로 변경이나 끼어들기가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창원2터널 부근 사고는 정체 꼬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창원분기점에서 창원2터널까지는 트럭이 헉헉거리며 올라가는 경사로. 산인분기점에서 병목현상으로 생긴 정체가 창원2터널까지 이어지고 터널 내부는 내리막이다. 결국 터널에 진입하자마자 속도가 빨라진 차량이 추돌 사고를 내기 쉽다.

"가다 서다 할 때가 더 위험"
고속도순찰대 유찬석 경사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더 조심해야 합니다."

경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유찬석(43.사진) 경사는 "쌩쌩 달릴 때보다 느린 속도로 운전할 때 사고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속도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긴장이 풀어지고 졸리기 때문에 사고가 더 잘 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오전 2~4시와 오후 1~3시 갓길에 주차한 채 잠을 자다 추돌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순찰대 근무만 6년째인 유 경사는 사고를 피하기 위해 운전자가 꼭 챙겨야 할 사항 몇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고속도로에 들어서기 전 무엇보다 차량의 이상 유무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속으로 주행하다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당황해 안전 운전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 두 시간 운전한 뒤 10분은 쉬는 '템포운전'도 장거리 주행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보다 먼저 가려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선을 지키면서 방어 운전을 하면 안전하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며 "특히 차량의 상태와 도로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출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 탐사기획팀 = 양영유.정용환.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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