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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 기획] 모기, 모질고 기민한 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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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더운 여름철, 밤새 목덜미를 빡빡 긁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일까.

'왜 모기는 나만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하는 이유 있는 불평을 터뜨린 사람이 또 얼마나 될까.

여름이면 반갑지 않은 손님, 모기가 한창인 때다. 해마다 모기에게 물려 '다음엔 절대 당하지 않으리' 마음먹곤 이듬해 또 북북 긁는 게 우리네 여름철 일상이다.

과연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 우린 과연 모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놈의 생리와 속성을 알아서 올 여름만큼은 덜 가렵게 보내자.

최민우 기자

# 모기는 왜 나만 물까?

그렇다면 당신은 엄청 땀을 흘리는 체질이다.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게 땀냄새다. 모기는 시각이나 청각이 아닌 철저히 후각에 민감한 녀석이다. 모기가 사람 크기만 하다고 가정하자. 그럴 경우 서울 이촌동에 있는 모기가 한남동에서 나는 희미한 냄새도 맡을 수 있다. '개 코'도 모기 앞에선 사실 새 발의 피다. 혈액형에 따라 모기의 선호도가 다르지 않을까 얘기하곤 하는데 근거 없는 속설이다. 뚱뚱해 땀이 많이 나고 열이 많다면 모기는 혈액형에 관계없이 날아든다. 비만은 이래서도 서럽다.

땀냄새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발 냄새, 스킨 등 화장품 냄새, 술 냄새도 선호한다. 술 한잔 걸쳐 호흡이 가쁜데 취중 달밤 체조라도 한다면 모기에겐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잠자기 두 시간 전 깨끗이 목욕을 하면 모기 퇴치에도 좋다는 것을 기억하자.

# 모기는 몽땅 흡혈귀일까?

다는 아니다. 전체 모기 중 10%만 피를 좋아한다고 보면 된다. 대다수 모기는 꿀과 수액을 먹으며 보통 곤충들처럼 착하게(?) 지낸다. 벌 다음으로 꽃가루를 많이 옮기는 곤충이 모기라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사실이다. 따라서 모기가 없어지면 꽃이 없어지고 자연 생태도 도미노처럼 파괴될지 모른다.

피를 좋아하는 그 10%란 바로 수컷과 교미를 한 암컷이다. 교미한 암컷은 몸속에 알을 키우는데, 이때 동물성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사람 등에서 빨아들인 피로 자식을 키우는 셈이다. 인간에겐 해롭지만 모기도 모성애만큼은 지극하다.

# 모기도 지역색이 있다?

도시 모기와 시골 모기가 다르다. 도시 모기를 집모기,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기를 숲모기라 부른다. 집모기에 물렸을 때에는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반면, 숲모기는 따갑고 문 자국이 금세 커져 오른다. 그렇다고 숲모기가 더 강력한 건 아니다. 부푸는 속도가 다를 뿐 강도의 차이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 활동 시간대는 다르다. 집모기가 한밤중에 활개를 친다면 숲모기는 해질녘에 초롱초롱해진다. 산이나 계곡으로 가 텐트치고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닌다면 숲모기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다.

# 비 사이로 막가?

모기는 왜 문 자리만 또 물까? 그건 아니다. 신체의 특정 부위 피를 모기는 더 좋아하는 건 아니다. 모기는 잡식성이다. 오히려 노출되는 부분이 뻔하다는 게 맞다. 여름철 속옷만 달랑 입고 이불 걷어차고 자는 게 보통 우리의 잠버릇이다. 목이건 팔꿈치건 허벅지건 모기는 다 좋아한다.

색깔도 구별할 줄 안다. 흰색이나 노란색 등 밝은 계통을 싫어하는 반면 검은색.보라색 등 짙은 색을 모기는 선호한다. 모기가 군복을 뚫고 들어온 경험을 군대 갔다온 이들은 한두 번 경험했을 것이다. 짙은 색에 자극받은 모기가 섬유 사이 미세한 틈새를 대롱으로 뚫고 피를 빨아들인 것으로 보면 된다.

비가 오면 흔히들 모기가 없다고들 하는데 그건 오해다. 모기의 날렵함은 비를 뚫을 정도다. 장마철에도 방심하면 온몸이 상처 투성이로 변한다.

# 생활 속의 모기 퇴치법

살충제를 뿌려도 모기가 많다면 집안을 둘러보자. 방충망의 구멍난 곳은 없는지, 화분.꽃병 등에 오랫동안 고인 물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모기는 고온다습한 것을 좋아한다. 부엌이나 욕실, 그중에서도 가스레인지나 싱크대는 모기 서식에 최적이다. 리퀴드 형의 전자 모기향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모기향을 피우면 별반 소용이 없다. 바람 따라 모기향도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잠자기 두 시간 전 창을 닫고 미리 모기향을 피운 다음 잠잘 때는 덥더라도 창을 닫아놓는 게 효과적이다.

도움말 주신 분=한국존슨 에프킬라 김대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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