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또 하나의 인생(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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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바다 밑 공간은 유영의 세계다. 이끼 낀 바위 잎, 하늘거리는 물풀사이로 갖가지 물고기들이 해저의 구릉과 평원을 넘나든다.
바다는 절마다 모습을 바꾸고 깊이마다 빛깔을 달리한다.『표현이 따로 필요가 없습니다. 뭔가 다른 세상에 가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라면 스쿠버 다이버는 호기심 덕분에 두 세상을 사는 운 좋은 사람들입니다.』
스쿠버 다이버 임종수씨(35·한국크노르 과장)에게는 바다 밑은 물위 못지 않은 자신의 세계였다. 스쿠버 다이빙을 배운 것은 4년 전.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직업이다. 광고디자인을 위해서라도 주말에 한번쯤 머리를 식혀 줄 수 있는 취미가 절실히 필요했다.
전부터 음악감상을 즐겼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강한 자극을 느끼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취미를 스쿠버 다이빙으로 바꾸고 지난 4년 동안 한 달에 한번씩 그는 바닷가를 찾아 헤맸다. 물론 중학시절부터 익혀 온 수영이 한 몫을 거둔 것이다.
드릴이 많은 만큼 위험도 뒤따르는 것이 스쿠버 다이빙이다. 스쿠버 다이빙이 취미라기보다는 스포츠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월 동해안 대진에서입니다. 물 속에서 30여 분간, 공기탱크를 거의 소비하고, 물위로 떠올랐는데, 공교롭게 파도를 얻어맞았습니다. 기진맥진 가까스로 해안으로 나왔어요.』임씨는 꼭「십년감수」의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스쿠버 다이빙이란 물 속 경치에 심취해 공기탱크의 산소 량을 체크하지 않았다 간 언제 깊은 바다 속의 미아가 될는지 모른다. 바다 밑은 또 10m 깊이마다 1기압씩 변화가 온다.『샐러리맨으로선 시간제약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저로서도 주말을 이용해야 하니까 먼 곳을 갈 수가 없어요.』스쿠버다이빙 장소의 첫째조건은 물이 맑고 수중경관이 좋아야 한다는 것.
여기에 상어나 독뱀 등 위험동물이 적어 제주도 서귀포와 홍도 울릉도는 세계적 다이빙포스트로 꼽히지만 가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경포대 십리바위가 단골이지만, 아무래도 맛은 뒤떨어져 안타깝다는 말이다.
비용문제도 무시할 수가 없다. 한번 여행에 2만∼3만원. 차비와 숙박비로 대부분 쓰이지만 문제는 필요장비를 갖추는 일이다.
마스크 숨 대롱 잠수복 공기탱크 등 모든 것을 갖추려면 초만원은 필요하다.
장비는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으나 임씨도 1년에 걸쳐서야 겨우 장비를 모두 갖출 수가 있었단다.
임씨는 요즈음 수중촬영에 골몰해 있다. 다 같은 스쿠버 다이빙이라 해도 목적에 따라 취미의 영역은 다시 수중채집, 수중사냥, 수중촬영으로 가를 수 있다.
그는 그래서 갈수록 새로워지는 것이 바다라고 덧붙였다. 샐러리맨이 직장 못지 않게 자기세계를 가지면 행복감은 비례적으로 늘어난다는 게 또 하나의 인생을 소유한 그의 주장이었다. <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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