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제도의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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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당초 5월말까지는 확정 발표키로 했던 83학년도 대학입시개선방안의 발표시기를 이 달 중순으로 연기했다고 한다.
발표시기가 늦어지는 이유는 개선안의 주요골자인 전·후기의 비율조정, 면접 및 작문시험의 점수화 등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학력고사성적과 내신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현행제도를 고수하는 선에서 이 궁리, 저 궁리를 다해보고 있으나 뾰족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아 진통이 거듭되고 있는 셈이다.
문교부가 지난달 중순 수험생, 학부모, 교육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현행햅 대학입시제도에서 채택하고 있는 복수지원제를 단일지원제로 바꿀 것을 희망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지원을 희망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현행 복수지원제가 혼란과 눈치싸움만을 초래할 뿐 대학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교부 역시 현행제도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지는 눈치작전, 도박지원, 허수경쟁 등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단수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에 따른 정원미달을 막기 위해 대학의 전·후기 안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 조정이 잘 되지 않으니 개선작업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학교육협의회의 자율결정에 맡겨진 전·후기 안배 문제는 각 대학의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 조정이 안 되고 있다.
문교부는 현재 84대16으로 전기에만 편중되어 있는 것을 전·후기의 비율이 비슷하도록 맞추기 위해 8개 종합대학의 지방분교와 11개 국공립 단과대학의 후기전환 및 81학년도부터 전기로 전환한 8개 대학교의 후기전환을 종용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앉았다.
이른바 후기대학 재학생이나 동창생들의 이 문제에 대한 반응은 일반의 생각보다는 심각하다. 물론 문교부는 후기를 택하는 대학에 대해서 정원충원, 학과증설 등 정책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설혹 대학당국이 그런 혜택에 끌려 후기전환을 바란다해도 재학생이나 동창생의 반발을 살 것은 필지의 사실인 것 같다.
작년부터 전기가 된 8개 종합대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분교학생들의 반발 또한 매우 큰 것으로 들린다.
형편이 이런데 전·후기를 당국이 직접 조정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예민한 대학가에 또 하나의 불만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진퇴양난이란 바로 이런 경우룰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서울대학교룰 비롯한 국립대학 모두를 후기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어쩐지 어색하고 선후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검토해 볼 만한 방법일수는 있다.
얼핏보면 전·후기가 50대50정도로 안배되고 단일지원으로 입시제도가 바뀌면 연2년째의 눈치싸움, 허수경쟁 등 비교육적인 부작용은 가실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 전·후기의 조정이 쉽지도 않거니와 설사 안배가 잡음 없이 이루어졌다해도 그것이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인가에는 의문이 간다.
우리는 『학력고사성적 + 내신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도록 짜여진 현 제도의 출발점이 교육의 이상론에는 부합할 수 있을지언정 현실적으로는 잘못되어 있다고 본다.
출발점이 잘못되어 있는 마당에 그 테두리에서 아무리 제도를 고치고 개선해 보았자 문제는 여전히 남고 이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게 마련인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가 지적한대로 문제의 본질적 해결의 길은 자유경쟁의 폭을 넓히는 것뿐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내년도 입시요강을 빨리 확정짓는 일이다. 그래야만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이 그에 따라 입시준비를 하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문교부의 방침을 실행하는 집행기관이란 인상을 주는 한 대학자율화에의 길은 요원하다. 학력고사나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현행제도의 장점은 살리되 최소한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의 재량권은 늘리도록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길일 것이다. 수험생들을 교육제도의 실험도구로 취급하는 인상을 주는 연례화된 제도개선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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