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다음 수순은 북한 안전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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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의 전기 제공 다음 수순은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이유를 에너지 확보와 미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혀왔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 포기의 결단을 내리면 다자안전보장과 실질적 에너지 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이다.

현재까지 거론돼 온 관련국들의 언급 내용으로 미뤄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은 '6자회담 참여국들에 의한 다자 보장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양자 합의보다는 다자 안전 보장이 더 안정성이 있다는 설명에 대해 김 위원장도 "일리가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다자 안전 보장 방식이 거론되는 것은 한.미 모두 미국만에 의한 대북 안전 보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이 단독으로 북한에 안전을 보장해 주는 방식은 한반도 안보의 당사자인 우리가 배제되는 것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타국의 안전을 단독으로 보장하는 문서에 서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따라서 대북 안전 보장은 6자회담 틀이 최대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한계 속에서 가능한 방안이 '2+4 방식'이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등의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불가침 약속을 공식 발표하면 이 내용을 담은 서면에 6자회담 참가국이 서명하는 방식이다. 이보다 강도가 높은 방안은 미국이 우선 불가침 약속을 공식 발표한 뒤, 북한의 핵 문제 해결 노력을 봐서 북.미가 불가침 협정을 맺고 한.중.일.러가 보증하는 2단계 방식도 가능하다.

다른 방안으로는 '북한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곧바로 북.미가 불가침 협정을 맺고 한.중.일.러가 보증하는 방식도 상정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실질적 군비 통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통일연구원 정영태 박사가 설명했다. 그러나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나 관계 정상화는 아직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관계가 정상화되면 적대적 관계가 해소되며 따라서 한국전쟁 때 맺은 정전협정도 사문화된다. 이는 유엔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는 의미다.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한.미동맹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북 안전 보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위협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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