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은 적 아닌 파트너 … 한·일 아우르는 공동체 구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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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시아재단 6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한 고려대 교수, 런샤오 푸단대 교수, 아일린 바비에라 필리핀대 교수,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한승주 한미협회 회장, 데이비드 램프턴 아시아재단 이사장, 아머코스트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 박진 전 국회의원. 사진=김경빈 기자

“미국·중국은 적이 아닌 파트너라는 인식하에 한국·일본을 아우르는 안보·경제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재단 60주년 기념행사에서 데이비드 램프턴 재단 이사장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태평양 공동체(Pacific Community)’론을 인용하며 이같이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중국학연구소장이기도 한 그는 “미·중이 국제질서를 놓고 합의를 이룬다는 것 자체가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라면서도 “어려운 길을 택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엔 60주년 기념위원회 명예위원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지난주에 부임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참석했다. 리퍼트 대사는 만찬 건배사에서 “아시아재단은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귀중하고도 중요한 기반을 닦았다”고 말했다.

재단 60주년 기념 공동 명예위원장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만찬 환영사에서 “아시아재단은 한국이 6·25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식량 지원에서부터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오늘날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 줬다”고 했다.

 박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한·미·중·일 전문가들은 중국이 세계은행 등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에 대항해 설립을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중국을 배제한 채 미국 주도로 협의가 진행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의제로 다뤘다.

 램프턴 이사장은 “미국은 중국을 TPP로, 중국은 미국을 AIIB로 배제하고 있다”며 “기존의 세계은행 체제를 보완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지지하지만 미국도 중국을 배제해선 얻을 게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과 관련해선 “중국이 (북한 등) 주변국을 솜씨 있게 다루지 못했기에 지역 긴장이 고조됐고, 따라서 미국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미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중국 학자들은 미국의 재균형(rebalancing)정책을 ‘2차 대중국 봉쇄전략’이라고 인식한다”며 “키신저가 지적했듯 중국은 국제 관계를 형제 사이처럼 인식하는 중국 중심주의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의 런샤오(任曉) 푸단대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2기 임기가 끝나는 2017년 1월까지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최대 경제국가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이 재균형정책을 바라는 바대로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미국은 중국을 파트너와 적의 중간 정도로 인식하고 있고, 중국은 재균형정책이 시작된 것은 60%는 중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중국 내 주된 기류는 이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고려대 김성한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재균형정책을 두고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심화했다는 면에서 성공했다”면서도 “북한의 핵 소형화 기술 보유 등의 문제는 심각한 도전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평화포럼 등을 인센티브로 주는 조건의 거래를 제안, 김정은 정권이 핵 동결의지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를 거절하면 더 높은 강도의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한국도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郞) 전 주미 일본대사는 “한국이 위기에 처할 경우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미국이지만 미국이 아시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누구인가. 일본이다”고 주장했다. “(한·일 간) 파트너십에선 PRC가 중요한데, 중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이 아니라 ‘인내, 자제, 건설적 태도(patience, restraint, constructive attitude)’”라고도 했다.

전수진·유지혜 기자

◆아시아재단(The Asia Foundation)=아시아 국가의 개발과 아시아·미국 관계 향상을 위해 1954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재단.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워싱턴 및 아시아 18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한국사무소는 북한에 20여만 권의 서적을 보내는 사업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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