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팀장이 하는 일은 KT 고객센터로 걸려오는 각종 문의 전화에 응대하는 일이다. 그는 똑 부러지는 일처리로 재취업한 지 2년6개월 만에 팀장으로 승진했다. 팀장이 된 뒤에는 상담원들을 교육하거나 상담원들이 처리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까다로운 민원을 처리한다. 윤 팀장은 KT의 정식 직원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KT가 콜센터의 외주를 맡긴 ㈜아이앤씨엠이란 회사 직원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감사의 마음을 새깁니다.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합니다. 어느 회사 소속인지,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는 중요치 않죠."
윤 팀장은 "재취업하려는 주부는 왜 직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가정에 경제적인 보탬을 주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을 통해 성취감만 얻으려는 주부라면 꼭 직업을 구할 필요는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취미생활이나 자원봉사활동으로도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부가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자신이 해봤던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윤 팀장은 결혼 전에는 모 보일러회사에서 서무 일을 했었다. 그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며 "그래서 상담원 일을 택했고, 현재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주부가 재취업하기에 앞서 남편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편이 가사를 분담해 주지 않는다면 주부가 재취업한다고 해도 안정적으로 계속 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의 경우 회사원인 남편(37)이 적극 도와준다고 했다. 윤 팀장이 늦게 퇴근할 때는 남편이 일찍 퇴근해 볶음밥 같은 간단한 요리를 해 아이들을 보살핀다는 것이다.
윤 팀장은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10)과 1학년(8)인 두 딸 얘기가 나오자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3년 전 일을 다시 시작했을 때 '엄마와 떨어지지 않겠다'며 울먹이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출근해야 했다"며 말을 흐렸다. 윤 팀장은 "그때마다 더 훌륭한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며 "아이들이 다행히 이젠 많이 익숙해진 것 같지만 곁에서 투정을 받아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은 여전히 시리다"고 했다. "늘 바쁜 남편만 바라보며 아이들과 부대끼다가 재취업 후에는 삶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물론 남편이나 아이들과 사이도 더 좋아졌죠."
윤 팀장은 "열두 번을 생각해도 재취업하기를 잘했다"며 활짝 웃었다.
글=장정훈,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