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쟁과 대안: 부동산 대책, 어느 쪽이 최선일까

공영개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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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판교 신도시의 공영개발 여부가 논란이다.

공영개발은 정부나 공기업이 직접 개발에 나선다는 의미다. 1980년대 서울 상계동.개포동을 비롯해 90년대 신도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택지는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모두 공영개발로 조성됐다. 건설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지구 또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면 토지공사 등이 해당 토지를 소유주들에게서 모두 사들인 다음 도로.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갖춘 뒤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지을 부지를 용도별로 구분해 민간에 팔았다. 건설회사는 이 땅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다. 즉 택지는 공영으로, 건물은 민간이 개발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판교 신도시에서 거론되는 공영개발은 택지개발부터 아파트 건축과 분양까지 모두 공기업이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공영개발을 하면 아파트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간 건설업체가 개발할 경우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맞춰 책정하는 반면 공영으로 개발하면 택지 값에 건설비를 더한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영개발을 통해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출 경우 이미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청약경쟁률이 더 높아질 뿐 아니라 차액을 노린 투기가 더욱 극성을 부릴 우려가 있다.

시민단체들은 판교 신도시의 분양가를 낮추면 주변 지역의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판교 신도시 정도의 규모로는 주변 아파트 시세 전체를 좌우하기 어렵다고 본다.

아파트를 공영개발할 경우 질적 저하도 우려된다. 분양가가 자율화된 이후 건설된 아파트는 그 이전의 아파트에 비해 단지조경이나 평면 구성이 훨씬 우수하다. 공영개발로 싼값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수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는 공영개발을 통해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하지 말고 모두 임대로 공급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려면 정부나 공기업이 막대한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데다 도시 규모의 거대한 임대단지를 관리할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 여기다 중대형 아파트까지 값싼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경우 중산층 이상까지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셈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

결국 판교 신도시의 공영개발은 시장 교란과 투기 조장, 주택의 질 저하라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2만 가구에 값싼 아파트를 공급하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신혜경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