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이 주는 고통이 더 참기 어려운 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장 여인 사건으로 가장 큰 심적인 타격을 받은 사람의 하나가 바로 신임 안무혁 국세청장인지도 모른다.
사회정화위원장으로 만 1년1개월 재직하며 지난4월부터 대대적인 의식개혁운동을 벌이던 차에 장 여인 사건이 터졌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맥이 풀린적이 없었다』는 그의 고백처럼 의식개혁운동을 정화시키려는 순간, 마치 찬물이 끼얹어진 것 같은 허탈감까지 느꼈다는 것.
전임 하루전인 20일까지도 「사회정화 기본법」 초안을 들고 총리실과 총무처 장관을 찾아다녔다.
『이번 사건은 기업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는 안 청장은 기업주가 자신의 회사에 자기 돈을 넣고 사채놀이를 하는 우리기업의 고질적인 풍토를 도표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
사회정화의 차원에서 기업들을 보아왔던 그가 이제 국세청장 자리에서 어떤 자세로 기업들을 대할지는 주목할만 하다.
위원장시절 공직사회 가운데 가장 청렴도가 떨어진 분야를 세무공무원·경찰공무원·일선민원 담당공무원 등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이제 그가 가장 문제시하던 국세청에 뛰어들어 얼마만큼의 「소금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한편 안 청장은 21일 하오 취임식 자리에서 세무공무원들이 국가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으면서도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주요원인은 세무공무원들의 근무자세에서 근원을 찾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한 두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전체가 불명예를 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
안 청장은 국민들은 부족에서 오는 고통은 참을 수 있어도 불평등으로 인한 불만은 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모든 세무 공무원들은 무슨 일이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 신임을 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사14기 출신으로 서울대 공대와 대학원을 나온 공학석사로 사회정화위원장 시절에는 서울대 행정대학원도 수료했다.
얼굴에서 풍기는 강한 청교도적 분위기대로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교회의 집사를 맡고 있다.
방홍자 여사(41)와 2남 l녀. 취미는 독서와 바둑 (1급 실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