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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주사론 끄떡 않는 "경기"에 마지막 쇼크요법|적중하려나…실물경제 팀의 「감세 정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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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장 여인이 터뜨린 사기 거포에 맞아 금융자본시장이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제 팀은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 다소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비장한(?)각오로 내놓은 마지막 카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경기회복대책을 내놓으면서 철도·연탄 등 공공요금을 한꺼번에 올린 것도 역시 과감한 조치다.
정부는 l·14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여전히 앉은뱅이에서 벗어나지 못해 영양제주사를 중단, 전기쇼크요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등록세·취득세율인하 등 이 대표적인 것이다. 『주택경기만을 강조해 양도소득세율을 내린다면 78년 8·8조치 이전의 광란 기 상황으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고 거듭거듭 밝혔던 종래의 입장에서 후퇴했다.
예상보다 세금이 훨씬 적게 걷혀 마음죄고 있는 정부가 내수확산을 위해 감세 정책을 채택한 것은 일종의 도박성을 내포하고 있다.
재정적자폭이 더욱 확대되리라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 채 세금을 내리고 주택거래를 촉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는 박리다매를 시도하고 있다.
최고 35%인 양도소득세를 5%까지 대폭 인하한 것은 부동산투기를 통해 돈벌 길을 열어 주었다는 점에서 조세형평에 문제가 있다.
여차하면 세율 등을 다시 조정해 투기가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하겠다고 하지만「법 개정후 1년」이라는 혜택시한 때문에 서민들이 주택거래에서 기회를 상실하기 쉽다.
주택매입 자에게 2중의 부담을 주고 주거이동의 자유를 속박하는 취득세·등록세율 인하조치는 대단한 결단이다. 지난 2년 동안 줄곧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주택에 지출할 여력은 아직 없다.
l·14 조치에서 일반주택자금을 풀고 임대주택건립을 서둘렀지만 서민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여서 주택경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3월의 경기예고지표가 0.8로 바닥에서 요동도 하지 않고 학수고대하던 농촌구매력 회복이나 도시 소비지출 증가도 나타나지 않아 당장 주택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동안 재정적자 확대를 이유로 갑론을박했던 2천억 원 규모의 지방도로 포장사업은 업계에서도 기대가 크다. 건축기자재의 수요를 늘리고 고용증가를 통해 농외소득을 올려 주자는 심산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대출방식은 지금까지 주로 대기업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앞으로 계열화된 중소기업에 바로 돈을 대주는 방식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중소기업 부품공업에 2천2백억 원을 지원하는 외에 상업어음 할인율을 10% 포인트 높인 80%로 책정한데는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
장 여인 사채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2천억 원, 중소기업지원자금 2천2백억 원 및 기타 자금방출 등 계획에도 없는 돈을 끌어씀으로써 연초부터 목을 매듯 지키겠다던 총통화목표는 어차피 빗나가고 있다.
왜곡된 자금배분에서 빚어진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통화운영을「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변이다.
돈이 많이 풀려 나가고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인상됨으로써 물가도 고개를 쳐들 것임에 틀림없다.
주로 외생적인 요인에 의해 이룩된「물가안정」은 성 역시 되었던 4∼5%선에서 후퇴를 개시한 느낌이다.
정부가 사채파동 수습대책에 이어 궤를 달리하는 경기부양대책을 내놓으면서 한꺼번에 서둘러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한 것은 아무래도 잘못 물린 톱니바퀴를 보는 듯 하다.
정부는 공공요금에「사전예시 제」를 도입, 국민과 기업의 편익을 도모하라는 것이며 인상폭도 최소에 그쳤다고 주장한다. 작년 12월에 올린 철도 등 교통요금이 어찌해서 또 오르는지 납득이 안 간다.
그동안 국영기업체의 경영개선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을 들을 길이 없다.
수요부진 등에 의한「물가안정」보다는 어느 정도 물가가 오르더라도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시키자는 태도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어떻든 정부는 구매력확산을 통해서 올해 6∼7%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최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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