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의 수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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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채파동으로 더욱 위축될 우려가 있는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종합경기대책은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정책수단을 찾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우선 재정지출을 통해 지방도로사업을 벌여 재정이 담당해야 할 역할과 농촌구매력 증가를 조화시킨 것이나 조세체계의 재조정으로 주택경기를 살리자는 것이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의 추구를 설명하고 있다.
또 지금 가장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집중적인 자금지원을 함으로써 내수기반의 확충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대책은 당면한 경제적 난국을 수습하는 단기적인 처방으로서의 뜻이 있다.
정부당국이 밝히고 있다시피 단순한 자금공급확대는 자금순환경로가 짧아지고 있는 현상태아래서 구매력확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실물이 뒷받침되는 자금공급 책을 모색하려 고심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번에 나온 경기대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는데 유효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후퇴가 해외수출의 부진과 겹쳐 내수마저 침체한데 기인하는 것이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좀더 적극적인 내수환기 책을 동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실적으로 통화계획을 지켜 나가자면 자금의 공급에도 한계가 있고, 방출된 자금이 곧바로 은행창구로 되돌아오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그야말로 단순한 자금공급은 그동안 닦아 온 경제안정을 위협할 뿐이다.
또한 사채파동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시중에는 언제든지 구매력 화 할 수 있는 자금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구매력으로 유도해 내느냐에 있다.
그렇다면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는 내수환기 책, 다시 말해 특별소비세, 부가세를 포함한 조세감면 책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당장에는 세수의 차질이라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내수가 일어난다면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뒤에 세수도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특히 특별소비만의 경우 결코 사치품이 아니고 생필품 화하고 있는 품목들이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경제성장단계의 변전에 따라 조세체계도 신축성 있게 조정되어야 하는데도 그렇지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정부당국도 조세의 재조정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히고 있으나 그것이 이번 경기대책에서 빠지고 있다.
경제대책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실기하면 효과가 반감된다.
조세정책의 활용도 그에서 예외는 아니다.
자금공급이 늘어나는 데다 7월에 교통·석탄가격의 인상이 실현되면 상당한 물가상승압력이 가해질 것이다.
이를 수습하려면 금융당국은 여신판매를 더욱 신중하게 하고 업계도 판매부진을 가격인상으로 커버하려는 편승인상욕구를 자제토록 해야 할 것이다.
해외경기도 하반기에는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므로 앞으로 약 3개월이 경기정체의 고비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완만하나마 국내경기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사채파동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빨리 극복하고 활기 있는 경제활동으로 전환되도록 정부·기업·가계가 모두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에 정부가 조세정책방향을 제시하면 기업의 투자결정, 가계의 합리적 소비지출도 그에 호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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