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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대균 징역 3년 선고 … 70억대 횡령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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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5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설치한 농성장을 철수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76일간 농성을 벌여왔다. 이들은 광화문광장 농성장은 당분간 유지하고 국회 농성장은 상황을 봐가며 철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현 기자]
유대균

5일 오후 3시30분 인천지법 413호 법정. 재판부의 호명에 유대균(44)씨가 들어서자 장내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녹색 수의를 입고 들어선 그는 체포 당시 긴 머리를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오랜 수감생활 탓인지 얼굴은 초췌하고 창백했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공손한 자세를 취한 그는 이따금씩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긴장한 모습도 보였다. 조금 뒤 재판부가 “징역 3년을 선고한다”고 하자 어깨를 잠시 떨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인천지법 형사12부(이재욱 부장판사)는 이날 유병언(72·사망) 전 청해진해운 회장의 가족과 측근들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대균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병언의 아들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와 급여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아 횡령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 회사들의 경영이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균씨는 2002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7곳으로부터 73억9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8월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의 형 병일(75)씨와 동생 병호(62)씨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유 전 회장의 측근이자 노른자쇼핑·금수원 대표인 탤런트 전양자(73·본명 김경숙)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또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변기춘(42) 천해지 대표에겐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재를 감춘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씨와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를 제외하면 변씨가 가장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해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10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장준아 인천지법 공보판사는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판단되는 피고인의 경우 회사에 끼친 피해 등 범행 사실을 기준으로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에는 재판 한 시간 전부터 구원파 관계자 등 25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구원파 신도들은 선고가 날 때마다 눈물을 훔치거나 “어휴”라며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갑렬 전 체코 대사와 박수경씨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이달 12일에 열린다.

 한편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청운동 농성장을 자진 철거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76일간 농성을 벌여왔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를 외면한 대통령에게 더 이상 눈물로 애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청운동에서는 철수하지만 광화문광장 농성은 계속하기로 했으며 국회 본청 앞 농성은 이번 주말 국회 상황을 봐가며 철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인천=최모란·윤호진 기자, 고석승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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