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도 잊고「묘방」찾아 부산|「사채파동」수급에 나선 경제부처 동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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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일의 긴급경제장관회의에 이어 일요일인 16일에는 각 경제부처 차관보 및 기획실장 회의가 열렸는데 17일 경제기획원에서 갖기로 했던 경제장관회의장소가 갑자기 중앙청으로 바뀌고 회의주재도 김준성 부총리에서 유창순 국무총리로 격상돼 정부는 장 여인 파동의 수습대책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토·일요일 회의소집도 이례적이거니와 월요일 아침 예정이었던 경제장관회의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것도 근래 없던 일.
사흘간의 릴레이 회의에서는 어음사기사건으로 사채가 더 이상 돌지 않으면 금융공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깊은 우려 속에 각 부처가 단기적으로 처리해야 할 방안을 세우고 그 타당성이 검토. 특히 단자회사에서는 벌써부터 사채업자들의 돈이 빠져나가고 있어 시중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김준성 부총리는 일요일에도 정상출근 관계부처의 수습방안을 검토했으며 경제기획 국은 월요일 새벽까지 이를 종합정리, 17일 상오 총리주재 경제장관회의에 올렸다. 여기서 확정된 안은 곧 고위층에 보고돼 지체 없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정부는 이번 수습방안과 별도로 경기회복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책이 마치 장 여인 파동을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많아 경제장관협의회에 상정을 늦추고 있는 눈치다.
서석준 장관이 해외출장중인 상공부는 토요일 하오에 이어 일요일에도 금진호 차관과 제1,2차관보 등 간부들이 출근, 사채사건 수습책을 협의했다.
상공부는 단기대책으로 사채시장의 돈이 단자회사 등 제2금융권으로 쏠려 대기업은 그런 대로 자금융통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 중소기업긴급자금지원책을 세워 주도록 관계부처에 요청했다.
특히 올해 중소기업에 지원하기로 한 각종 장기저리자금 4천억 원외에 2천억 원을 더 늘릴 것과 중소기업이 받아 놓은 진성어음(결제자금 1천억 원·소기업운전자금 1천억 원) 지원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
상공부 대책으로는 중소기업들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는 4천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도 처리된 일신제강이 받아 놓은 수출주문 3천만달러의 선적 스케줄과 올해 일신의 수출목표 l억4천만달러에 차질이 없도록 정상조업을 위해 상공부 관계 관을 일신에 파견,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종합상사에는 외국바이어들로부터 물건을 제때에 보내 줄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통신이 빗발쳐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수출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적극 홍보키로 했다.
상공부는 이번 사건으로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경기부양대책을 세울 것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
재무부는 나웅배 장관을 비롯해서 사무관 급 이상 전원이 일요일인 16일 사무실에 나와 하오7시 넘어 까지 근무.
특히 이재 국 직원들은 사무관급 이하도 모두 나와 장 여인 사채파동사건에 따른 각종 대책자료를 챙겼다.
나 장관은 이재 국으로부터 장 여인 사채사건에 대한 각 금융기관별·각 업체별 피해액수와 관련 어음의 규모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금융기관별 피해액수는 은행감독원에서 황급히 만들어 국회재무위에 보고한바 있으나 재무부가 다시 정밀 파악해 보니 숫자가 약간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재무부의 조사결과가 약간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대책에 관해서는 며칠째 머리를 짜내고 있으나 지난번 국회에 제출했던 것 외에는 찾지를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어떻게 해야 빨리 수습되고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는지 의견 좀 얘기 해 달라』고 재무부대책을 묻는 사람에게 되묻고 있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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