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상인이 몰려온다] 14. 주말엔 인터넷이 내 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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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말 투잡스(Two Jobs)는 자칫 마냥 늘어질 수 있는 주말 시간을 탄력있게 만들어 주고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주말 연휴 등을 활용해 옥션(www.auction.co.kr)에서 '쁜지'라는 브랜드로 20~30대 여성 옷을 팔고 있는 문형철(33.사진) KTF 신사업 부문 과장. 대기업 핵심 기획 부서에서 '잘 나가는' 그는 지난 2월 이후 한달에 옷 200벌 정도를 팔아 1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장님'이 됐다.

문씨는 주말 연휴가 의미없이 흐를 때가 많자 자신의 사진 촬영 취미를 살리고 부인의 옷 고르는 안목도 활용할 수 있는 이 사업에 나선 것.

그는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서 주말 연휴 동안 제품 사진의 촬영과 편집, 등록 등에 10시간 정도를 쓰고, 보통 밤 9시쯤 귀가하는 주중에는 필요할 경우에만 간단한 작업을 하고 있다.

판매할 옷을 고르고 설명글을 만드는 일과 택배 포장, 고객 전화 응대는 부인이 맡고 있다. 옷 재고를 두지 않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 오면 동대문 시장 도매 상가 등에서 가져 오는 일도 부인 몫이다.

문씨는 여성복 판매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옥션에서 '쁜지'가 나름의 인기를 끄는 비결로 사진촬영을 꼽고 있다. 훌륭한 조명시설과 전문 편집기술, 전문 모델을 써서 만든 화려한 제품 사진들이 많지만 제품을 있는 그대로만 표현하는 자신의 사진이 고객에게 더 신뢰를 준다는 것.

"사진이 너무 좋으면 실물을 받을 때 차이가 커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옷을 구매하는 '보통사람'과 같은 모델인 부인과 처제가 직접 옷을 입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그는 말했다.

주말 투잡스는 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대기업에선 고객과 직접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인터넷 판매에선 게시판 등에 올라온 고객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접하게 된다"며 "고객은 아주 사소한 데서 실망하고 감동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 등이 회사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글=이영렬,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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