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중국 인민의 영원한 벗' 에 한발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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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저우언라이 평전
리핑 지음, 허유영 옮김, 한얼미디어
640쪽, 2만5000원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중국인의 평가는 엇갈린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인성(人性)의 파괴까지 몰고 왔던 문화대혁명의 과오를 거론하며 치를 떠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저우언라이(周恩來)에 대한 평가는 한결 같다. 항상 '인민의 영원한 벗'으로 통한다. 생전의 그에겐 '영원한 2인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마오라는 큰 산 때문이다. 그러나 사후 저우에 대한 평가는 마오를 앞지른다. 1990년대 중국인을 상대로 한 역대 최고의 지도자 조사에서 그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마오에게서 발견하곤 기꺼이 1인자 자리를 양보할 수 있었던 커다란 도량 때문이다. 그가 2인자의 신분으로 섬겼던 1인자는 마오가 아니었다. 그 1인자는 '중국 인민과 국가'였다.

이 책은 저자인 리핑(力平, 본명은 沈思源)에 의해 힘을 부여 받고 또 그 한계를 보인다. 사실 저우에 대한 외부의 연구는 그가 2인자로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 점 때문에 자료 부족으로 곤란을 겪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리핑은 중국 공산당 중앙문헌연구실의 저우언라이 연구팀장을 역임한 경력이 보여주듯 저우의 일생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통사론적으로 저우를 파악하기 위해선 이 책의 필독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의 신분이 말해주듯 이 책은 철저하게 중국공산당의 관점에서 쓰였다. 이 점을 감안하면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단 한 뼘의 땅도 자신을 위해 쓰이는 것을 바라지 않아 재산, 자식, 뼛가루조차 세상에 남기지 않은 저우언라이의 숨결'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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