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기의 업클로즈] 한국 기자 왜 안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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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자는 왜 안 보이나?"

LA 다저스의 1루수 최희섭이 홈런포를 작렬시키며 인기가 치솟을 무렵 LA 타임스의 빌 플래슈키 기자는 LA 한인 언론사의 기자에게 "최희섭이 이렇게 잘하는데 한국 기자는 왜 보이지 않나"라는 질문을 해 한인 기자가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활약했던 시절에는 한국에서 파견된 스포츠 신문 특파원을 비롯해 LA 지역 언론 기자 등 10여명이 다저스 구장에 출근(?) 했는데 최희섭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희섭을 전담 취재하는 본지의 우승윤 기자에 따르면 최근 다저스타디움을 찾는 한인 취재 기자는 한두 명에 불과하며 많아야 세네 명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 LA 주류 언론이 열기를 꺾어 놓았다: 최희섭이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해 LA 타임스를 비롯한 주류 언론은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희섭 때리기를 했다.

폴 로두카 등 LA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들이 떠나고 최희섭과 브래드 페니 등이 왔을 때 최희섭은 거의 동네북이었다. 이는 온갖 기대 속에 LA 땅을 밟았던 박찬호와는 다른 출발이었다.

최희섭을 응원하기 위해 다저스 구장을 찾았던 많은 한인 팬들은 최희섭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에 눌렸고 이는 한인들의 다저스 경기장 방문을 막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지금은 "희쌉 초이"를 연호하는 팬들이 많지만 지난해 적대적 분위기는 열기가 식게 만들었다. 플래슈키 기자는 이 일을 도모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 들쭉날쭉 라인업 믿을 수 있어야지: 최희섭이 매일 출전하는 선수가 아닌 것도 분위기를 타지 못하게 한 이유였다. 아무리 홈런을 쳐도 좌투수가 나오면 벤치에 앉히니 팬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엔 사이드암 투수가 나와도 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 짐 트레이시 감독에 대한 한인 팬들의 불신감은 날로 팽배해지고 있다.

■ 선발 투수가 아닌 것이 좀…: 선발 투수는 5일에 한 번씩 등판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선발 투수는 5일에 한 번 등판하기 때문에 취재의 효율성이 높다.

그러나 매일 나오는 타자의 경우 그렇지 않다. 미주 한인 언론 시장의 규모를 본다면 한인 언론이 전담 취재 기자를 야구장에 매일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 최희섭이 더 잘한다면: 최희섭이 다저스의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 잡고 좋은 성적을 낸다면 그만큼 취재진도 많아질 것이고 한인 팬들도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요즘 왜 그래?"라는 질문 외에는 할 것이 없다. "오늘도 홈런을 칠 것 같다" "오늘 정말 잘했다"는 말이 자주 나오기 시작할 때 최희섭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할 것이다.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미주 중앙일보 박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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