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보기: 흔들리는 한국영화

해외시장서 승부 걸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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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영화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의 이해관계 충돌은 한국 영화의 보다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현상적 이유를 제기하는 데 그쳤다. 사실 한국 영화산업의 가장 심각한 걸림돌은 수익구조가 마이너스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제작비의 상승이나 제작지분을 나눠 갖는 문제만이 아니다. 유통 인프라(멀티플렉스)를 제외한 투자.제작.매니지먼트(연기자) 모두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며, 이는 한국 영화시장 자체의 근본적 문제에서 기인한 바 크다.

우선 충무로 전반의 기본 체력이 튼튼하지 못하다. 그동안 시장규모는 급격하게 성장해 왔지만 수익의 80% 이상을 극장에 기대고 있고, 기타 부가판권 수익시장은 20% 이내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극장과 부가판권 시장이 골고루 분포돼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기형적이다. 또한 수익 증가율에 비해 비용 증가율이 너무 높다. 여기에는 당연히 스타 개런티의 상승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불법복제를 막고 극장부율을 재조정하는 등 시장구조를 건강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보다 본질적 이유는 한국 영화의 시장규모가 근본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즉 해외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하지 못하면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내부 갈등으로 에너지를 허비할 때가 아닌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강화하고 국제적 스타 브랜드를 창출해야 한다. 전문성의 토대를 갖춘다는 것은 각 생산 주체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프로페셔널이 된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나 조직이 통합 모델을 갖기보다 투자.제작.매니지먼트가 각각 전문화하고, 작품을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고 공생하는 시너지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스타 브랜드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스타 브랜드는 배우만이 아니라 감독.제작자.매니저 모두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취약하지만 내적 잠재력은 충분하다.

관건은 감독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의 역량과 배우를 키워내는 매니저의 전문적 역량이다. 이를 위한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계속돼야 하며, 프로듀서와 매니저의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승재 LJ필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