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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무기관리 원칙없는 인사-의령난동 계기로 본 경찰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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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의령경찰관 총기난동사건은 우리경찰이 안고있는 숱한 문제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 병리의 한 단면으로 지적되고있다. 인사난맥, 허술한 무기관리, 경비체제의 취약점은 물론 벅찬 근무, 보잘것없는 보수, 부족장비, 재교육부재 등 경찰의 고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술대에 오른 경찰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부족한 인력>
현재 우리경찰의 총인원은 10만명.
이 가운데 전경대원을 뺀 순수 경찰요원은 5만7천명.
우리 경찰은 45년 창설당시 3만5천명에 비하면 2배정도 늘었으나 1인당 담당인구는 아직도 7백명 선을 넘고있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담당인구는 5백50명이고 영국 4백1명, 미국 3백62명, 이탈리아 3백44명, 프랑스 2백84명, 서독 3백29명 수준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
경찰인원은 6 25동란 중 전투요원화에 따라 6만3천명까지 늘기도 했었으나 61년 2만9천명으로 줄었다가 점차 늘려 오늘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지난 10년동안 인구는 34.1%가 늘었으나 경찰인력은 10.1%밖에 증가하지 않아 경찰의 인력부족현상은 만성적인 현상이 됐다.
이같은 인력부족은 결국 근무시간 연장이 불가피해 하루평균 근무시간은 17.8시간이나 되고있다.
최근 연세대 최평길 교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대민접촉이 많은 파출소 (지서) 근무자의 근무시간이 20.8시간으로 가장 많은 업무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다음은 수사 (18.9시간) 경보 (16시간) 보안 (15시간) 경비 (14.7시간) 교통 (14시간) 경무 (11시간) 등으로 나타났다.
계급별로는 최하위직인 순경이 18.6시간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초급간부인 경위가 l8시간으로 이에 버금가고 있다.
이들 다음에는 비간부인 경장 (16.8시간) 경사 (16.6시간)로 간부인 경감 (14.4시간) 총경 (14시간) 경정 (12.4시간) 에 비해 훨씬 많은 업무량을 감당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경찰의 업무는 미국 일본 등 하루 8시간 3부제 교대근무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과중한 셈. 이번사건이 발생한 궁류지서만 해도 소장까지 합해 통틀어 4명이 교대근무를 하면서 1개 면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경찰의 근무내용은 회의참석 감독순시 지시 보고 일반 근무 교육훈련.특수근무 대기근무 출장 대외협조 등 모두 21가지. 이 가운데 경찰이 가장 곤욕스런 것은 걸핏하면 하달되는「비상근무령」.
서울시경의 경우 지난 1월6일 통금해제를 계기로 1개월여동안 특별근무령이 내려져 1만4천5백명의 경찰관들이 공휴일이나 비번휴무일을 거른 채 계속 근무했었다.
이 같은 비상근무는 그 뒤에도 계속돼 세계마라톤대회,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부시」미 부통령의 방한. 4 19 22주년기념일, 부활절 예배, 수류탄 소지 무장탈영병사건 등 각종 사건 사고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짧게는 3일, 길게는 보름이상 비상근무령이 계속됐다.
숨돌릴 여유조차 없는 격무 속에 연간 30여명의 순직경찰관이 발생하고있다.

<낮은 보수>
이같은 격무에 비해 경찰의 봉급수준은 초라하다.
11만원 (순경초임) 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찰의 봉급은 1호봉 (1년근속)에 4천∼4천5백원 차이로 올라가고 있어 조정수당과 가족수당을 합쳐도 5만7천명의 경찰 (전경 제외) 중 30만원이상 수령자가 전체의 5%에도 못 미치고 있다.
30년을 수사 일선에서 뛰어온 김모 경감 (53 서울시경)의 봉급 실수령액은 26만원선.

<부족한 장비>
범죄수법은 갈수록 포악하고 기민 지능화하는데 비해 경찰의 대응장비는 이를 따라가기가 벅차다.
경찰은 현재 2천8백69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5년 이상 낡은 소형 승용차인데다 1개 형사계에 1대밖에 배치돼있지 않아 대부분의 형사들은 택시나 버스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실정.
이밖에도 선진국의 경찰들은 레이저 지문검출기를 비롯, 지문자동입력 판독기, 전선기억입체 사진기, 지문감식 컴퓨터 등 초현대식 장비를 갖추고있으나 우리 경찰로서는 요원한 희망사항에 그치고있다.

<인사>
경찰의 인사관리의 난맥상은 경찰관들 사이에 유행하는 낙하산인사, 핑퐁인사, 서장사단인사 등의 용어로서도 가늠할 수 있다.
전국 13개 시 도 경찰국산하 경찰서 가운데 경찰관들이 근무를 희망하는 곳은 거의 서울시내 경찰서.
현재 서울시경에 배속되는 경우는 크게 보아 두가지.
각 도 경찰국에서 실시하는 순경채용시험을 거쳐 8주동안의 기본교육을 받은 뒤 해당 지방경찰국산하 경찰서에 근무하다가 적당한 기회가 있을 때 전출되거나 또는 순경 기본교육을 마치고 서울시경산하 모 특수기관에 배속돼 2∼3년간의 경비요원 근무를 마치고난 뒤 서울시경으로 발령받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신체조건이나 기본교육 때의 성적기준이 엄격해 하늘의 별따기 격.
때문에 순경기본교육을 마친 뒤 지방으로 일단 내려갔다가 연줄이나 인맥을 찾아 인사운동을 벌여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양상이었다.
이같이 서울지역에 대한 지망자가 많아 서울시경산하 경찰서에서는 평소 사고를 일으키거나 물의를 일으킨 경찰관에 대해서는 징계라는 성격으로 지방으로 전출시키는 것이 상용 쓰여져온 인사관리의 형태다. 근본적인 대책보다도 우선 다른 곳으로 보내 자리가 하나 남게 됨으로써 다른 사람으로 메우고 보자는 안이한 인사관리라는 게 많은 경찰관들의 풀이다.
이같은 경우에 해당되어 지방으로 전출되는 서울경찰관은 줄잡아 매년 20∼30명. 벽지근무경찰의 불만은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이다.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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