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금기식품」많다-농촌영양개선연구원 2백여종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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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섭취를 권장해야 할 음식물들이 민간의 미신적인 속설 때문에 오히려 금기식품으로 알려져 영양개선을 저해하고 있다.
농촌영양개선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금기식품은 모두 2백여종. 이중 병에 걸렸을 때 금지하는 음식물이 82가지로 가장 많고, 임신 때가 75가지, 수유기가 41가지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자에게 못 먹게 하는 음식은 달걀·돼지고기·쇠고기 및 기름기 음식들. 「부스럼이 불어난다」 「약효가 없어진다」 「병이 낫지 않고 시달리게 된다」는 등 여러 이유로 섭취를 못하게 하고 이밖에 「꿀은 열이 올라가게 한다」 「새우젓은 중이염을 일으킨다」 「국수는 소화를 안되게 하고 감기를 재발시킨다」는 속설 때문에 환자에게 터부시되고있다.
임신기에도 금기식품은 많다.
「식혜를 마시면 아기가 삭는다」「염소고기를 먹으면 아기의 머리카락과 눈썹이 희어진다」「선지를 먹으면 태아가 죽는다」「오징어를 먹으면 아기의 뼈가 약해진다」는 등등.
「임신을 했을 때 닭고기를 먹으면 아기가 닭살이 된다」는 이야기는 그 중 널리 유포돼있고「토끼고기는 아기 눈을 빨갛게 만든다」「메밀은 얼굴을 붓게 하고 호박은 해산 후에 이를 빠지게 한다」「율무를 먹으면 낙태하기 쉽다」는 것도 임신에 관계된 속설들이다.
한편 젖먹는 아기를 둔 산모에게 관계된 이야기들은 「밀가루는 젖 구멍을 막는다」「미나리를 먹으면 아기가 경기를 일으킨다」「매운 음식은 아기항문을 빨갛게 한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금기식품에 대한 과학적 평가가 모든 음식에 일률적으로 내려질 수는 없다. 현대과학으로도 먹어서 득될 것이 없다는 음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기음식을 전체적으로 보면 먹어도 될 것이 이유 없이 터부시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의사들은 이야기한다.
또 금기식품들을 보면 단백질함량이 높은 음식물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흔하다. 어떤 이유로 이런 식품들이 금기품목에 끼게 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의사들이 강조하는 것은 환자와 산모는 건강인보다 더 영양섭취가 필요하다는 점. 속설만 믿지 말고 두려우면 전문가에게 물어서라도 과학적 근거 없는 양질음식을0 무조건 기피하는 습성은 점차 깨뜨려야 한다고 권고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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