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000억원 교과서 시장 ‘유도 친구’에게 몰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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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 로텐버그(왼쪽)는 10대 때부터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유도를 함께 배운 사이다. [중앙포토]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철권 통치가 교과서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교과서 시장을 재편해 학생들의 사고까지 통제하려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러시아 교육과학부의 교과서 검정 강화를 전했다. 지난해 겨울 갑자기 달라진 기준으로 교과서 절반 이상의 승인이 거부되고, 출판사 3분의 2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됐다는 내용이다.

 단 한 곳의 출판사만 무사했다. 유년 시절부터 푸틴과 유도를 함께 한 아르카디 로텐버그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프라스베셰니예 출판사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는 31억 달러(약 3조 3000억원)의 자산을 소유한 기업가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제재대상에 포함된 인물이다.

 검정 강화는 이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다. 출판사에 까다로운 조건과 서류를 요구하고, 이유 없이 승인을 거부했다. 전국 학생 70%가 사용하던 영어 교과서는 단순 서류 미비로 금지됐다. 백설공주 등 인기 만화 캐릭터를 사용한 수학 교과서는 “애국심을 고양시키지 못한다”며 탈락했다. 그 결과 학생 1400만 명이 사용하는 1억8700만 달러(약 1996억원) 규모의 교과서 시장 70%를 프라스베셰니예가 차지하게 됐다.

 교사와 학부모는 “구시대 교육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원하는 교과서를 고르게 해달라고 서명운동 중이다. 이들이 더 우려하는 건 교과서가 충성·애국 교육에 이용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러시아 의회에선 역사·문학·러시아어 과목의 통합 교과서 발행에 대한 법안이 발의됐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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