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일본 이번엔 '어뢰'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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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등으로 불편한 중.일관계가 이번엔 어뢰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이 지난 4년 동안 대만 해군에 어뢰(기뢰 포함) 작전 기술을 비밀리에 전수해 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에 대한 중대 위협이며 위법 행위라며 일본을 비난했다.

대만의 중국시보(中國時報)와 중국의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은 일본 어뢰기술자문단이 200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만에 머물며 해군의 어뢰 작전 노하우를 전수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일본의 자문단 파견은 대만 해군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자문단은 10여명 내외로 일본 해상자위대 출신 어뢰 전문가들이며 예비역 소장이 단장을 맡았다. 이들은 대만 해군에 어뢰 공격과 매설, 방어 작전을 집중 지도했다.

일본은 어뢰 기술과 작전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만 해군은 지난해 3월 31일~4월 14일 '캉핑(康平)'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으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을 실전에 응용하기 위해서다. 훈련 기간 중 40여 기의 어뢰발사 실험을 했는데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대만 해군은 평가하고 있다. 훈련을 참관한 자문단도 '탁월한 작전 훈련'이라며 만족을 표시했다.

대만 해군 측은 "이전에는 어뢰 공격과 제거.매설.탐지 활동이 개별적으로 이뤄졌으나 기술지도를 받은 후에는 네 가지 작전이 동시에 시스템적으로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중국 군당국은 일본의 이 같은 기술지도가 양안 관계를 해치는 '반평화적 행위'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현행 일본 헌법은 자위대의 해외 군사기술 지도를 금하고 있어 자문단 활동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것이다.

또 대만 해군이 대만해협과 보하이(渤海)만 등지에 기뢰를 부설할 경우 이들 지역 해상운송에 심각한 위협이 돼 세계무역에 악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대만은 현재 220여 척의 어뢰 공격 및 기뢰 매설 함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중국 당국은 밝혔다.

이에 앞서 대만 국방부의 한 인사는 지난해 "만약 중국이 기뢰를 부설해 대만해협을 봉쇄하면 대만도 상하이(上海) 해역 부근에 기뢰를 부설해 이 지역을 봉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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