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영어교사의 토익 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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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3월 교육인적자원부의 영어연수 6개월 프로그램에 참가한 272명의 중.고교 영어교사가 연수 직전 측정한 토익(TOEIC) 점수가 평균 718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40대 대기업 신입사원의 778점, 그리고 12개 공기업 합격자의 841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엄청나다.

토익은 1979년 일본 기업이 미국 ETS에 의뢰해 만든 비즈니스 영어 능력 측정용 시험이다. 토익은 말하기나 작문이 없어 영어 실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토익을 통해 영어교사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전국 영어교사의 10%인 연수자의 토익 성적이 고작 그 정도라니 매우 실망스럽다.

일선 학교 영어교사의 교육이 형편없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보다 교사의 발음이 부정확해 영어 읽기는 으레 해외 외국학교에 재학하다 귀국했거나 단기 영어연수를 다녀온 학생에게 시키는 사례가 일상화된 지 오래다. 초등 3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이를 미더워하지 않고 영어만이라도 익히라며 자녀를 유학 보내는 가정이 비일비재하다. 학교가 제대로 된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하고 교사마저 지도 능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기러기 아빠.엄마는 날로 늘어나는 것이다.

비록 대상이 제한적이지만 평가를 해 보니까 영어교사의 실력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 아닌가. 다른 과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교조를 비롯, 교원단체는 교원평가를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이유가 실력 노출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영어교사를 한다면 최소한 어느 수준에는 도달해야만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 이런 정도의 실력이니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불신하는 것이다. 이래서 평가가 필요하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라도 교사들은 자기 분야의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일정한 수준에 미달하는 교사는 심화연수를 통해 지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학생을 가르치지 못할 정도라면 퇴출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