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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본 관동군 「석정부대」의 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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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차 대전의 막바지인 l945년 초의 『무적 관동군 70만』은 외견상으로만 그 위용을 떨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이미 종이 호랑이였다. 남방전선이 날로 악화되자 관동군의 주력 20개 사단이 남방으로 진출했다. 각종 군마·차량·중포·중기관총·항공기·탄약도 대부분 전송됐다.
관동군의 유일한 「근대무기」는 731부대가 갖고 있는 각종 세균과 독물뿐이었다.
그해 5월 「이시이」부대장은 간부들을 불러 『일소 전은 필연적이다. 731은 지금부터 세균과 쥐벼룩·쥐의 증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실험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제 남은 것은 세균전을 실시하는 「X데이」를 향해 일로 증산하는 것뿐이었다. 이미 731은 페스트균의 건조보존-건조균 제조기술을 개발하여 그 독성이 보통 페스트균의 60배나 되는 변성 균까지 만들어 냈다.
『페스트균을 중심으로 우물과 저수지에 뿌릴 장티푸스균·콜레라균, 그리고 강이나 목장을 오염시킬 비탈저균(가축이 걸리는 급성전염병)을 2개월 안에 대량생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은 5월10일이었다.
세균제조공장이었던 다동1층 근무반은 24시간 근무체제에 들어갔다. 그 결과 페스트균만도 20㎞ 가까이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이미 저장된 것까지 합치면 모두 1백㎏은 됐을 거다.』전대원의 증언이다.
쥐 3백만 마리 증산을 위한 대호령도 떨어졌다. 쥐잡기 특공대가 조식 되고 하르빈·신경의 각시가지를 누볐다. 중학 남녀학생을 비롯해 모든 주민을 쥐잡기에 동원했다. 731부대는 각 청사·숙소에까지 쥐 집을 마련해 불침번까지 서가며 쥐 증산에 나섰다.
「페스트 벼룩」증산 목표는 3백㎞(약10억 마리). 「다나까」반에는 4친5백개의 벼룩사육기가 있었는데 불과 며칠만에 1억 마리의 쥐벼룩을 확보했다고 한다. 731부대가 2차 대전 종전직전 「사용0K」분으로 보존했던 각종 세균은 그 양이『만약 이상적인 방법으로 뿌린다면 지구상의 인류를 한사람 빠짐 없이 모두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었다.
그러나 731의 이 같은 「세균·쥐·벼룩증산을 위한 광상곡」은 1945년8월9일에 종언을 고한다.
이날 0시, 소련군의 대일 전투가 개시됐다.
많은 전 대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이시이」부대장은 731부대에 없었다. 부대는 평소와 다름없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미 소련공군기들이 중국 동북부 각지를 폭격하고 있는데도 731부대 전체가 이처럼 조용했다는 것은 기묘한 일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당시 731부대의 간부들은 각 지부에 나가있었고 그래서 신경 관동군사령부에 있던 「이시이」가 731앞으로 암호 전보를 쳤지만 이를 해독할 간부가 없었다는 얘기다. 731부대원들은 이날 밤에야 비로소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0일 새벽 관동군 사령부는 「이시이」부대장에게 『명령수령을 위해 출두하라』는 연락을 했다.
그러나 「이시이」는 부재였고 간 곳도 극비여서 누구하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역자주=앞서의 일설과는 다소 배치됨). N부관이 신경에 파견됐다. 관동군사령부는 『소련군의 진격속도가 매우 빠르다. 관동군 각 부대도 남하하여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731은 「독단전행」해도 좋다』고 지시했다. 독단전행은 관동군의 전가의 보도다. 말하자면 『도망, 퇴각해도 좋다』는 관동군이 즐기는 대명사다.
N부관이 731에 되돌아온 것은 10일 정오께. 독단전행의 명령을 받은 731부대의 간부들은 갑자기 긴장했다. 만약 731이 함락된다면 「악마의 업적」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그러면 73l의 모든 대원이 전쟁범죄 문책을 받게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시이」도 10일 밤에는 부대로 돌아왔다고 한다.
철수작전회의는 격론 끝에 『가족은 즉각 퇴각시키고 부대장들은 열차배정 등 부대원의 철수지휘에 나선다』고 결론지었다. 「이시이」는 그러나 철수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
731대원들 중 포로가 없어야 한다는 것과 마루 따를 하나 남기지 않고 죽여 증거를 없애는 일이었다.
10일 현재의 시점에서 수용되어 있던 마루 따는 약4백10명이었다고 한다. 전원을 특설감옥에 넣어 독가스로 죽였다.
마루따 중 몇 명은 독가스로도 죽지 않았다. 특별반원은 천천히 다가가 그 마루 따의 가슴에 모젤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죽은 마루따들은 모두 7동 옆에 파둔 구덩이 속에 넣고 그 위에 가솔린과 중유를 뿌려 소각했다. 10일 하오였다고 기억한다.
시체소각을 담당했던 한대원의 증언이다.
각종세균의 재고, 수많은 쥐, 수억 마리의 쥐벼룩, 각종 해부기록, 이 모든 것도 10∼11일 사이에 각 부대 곳에 파둔 구덩이 속에 넣어 소각했다.
731대원들은 8월18일부터 25일 전후에 걸쳐 일본으로 돌아갔다.
귀환선이 도착하는 각 항구에는 731부대원들에게 전하는 또 하나의 명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대원에게 고한다. 제군들은 다음 3가지 사항을 엄수해 주기 바란댜. ①고향에 돌아간 후에도 731에 근무했다는 사실을 비밀에 붙이고 군경력도 숨길 것 ②어떤 공직에도 취직하지 말 것 ③대원 상호간의 연락도 엄금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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