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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 있는 책읽기] 행복하고 싶다면 웃음을 되찾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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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생글, 생긋, 방글, 방긋, 빙그레, 배시시, 이런 낱말들을 읊조리면 저절로 기분이 환해진다. 웃음의 힘은 참 대단하다. 웃음에 값을 매겨보면 어떨까? 아이의 웃음이 최고가일 것이다. 웃음이 행복을 드러내는 바로미터라면,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순도 높은 행복을 간직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꼬마 백만장자 팀 탈러 1, 2'(제임스 크뤼스 지음, 논장)의 주인공 팀은 티 없는 웃음 말고는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소년이었다. 그나마 버팀목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 자포자기한 팀은 경마장에서 마악 남작을 만나 웃음을 판다. 팀은 웃음 값으로 어떤 내기에서든 이길 수 있는 능력을 얻고 곧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다. 더 없이 호화롭고 안락하지만, 팀은 행복할 수가 없다. 행복의 표현창구인 '웃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마침내 팀은 다시 웃음을 되찾으러 긴 모험에 나선다.

주인공 팀의 성인 '탈러'는 독일의 옛 화폐 단위이며 '달러'의 어원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의 힘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한다. 저녁 밥상의 정겨운 웃음을 팔아 넘긴 댓가로 우리는 시간외 수당을 받아 온다. 한 번 눈감아주고, 두 번 거짓말 보태면서 돈과 양심, 돈과 건강을 맞바꾸기도 한다. 그렇게 돈은 늘어나지만 웃을 일은 적어진다. 돈은 새로운 욕망을 부르고 그 긴장과 갈등은 웃음을 앗아가 버린다.

물질적 풍요는 행복을 가져다줄까? '꼬마 백만장자 팀 탈러'는 우리에게 묻는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한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행복'에 대한 견해를 도식화하면 이렇다. '행복=성취/욕망'…'성취(분자)'를 키우거나 '욕망(분모)'을 줄이면 행복의 값은 커진다. 돈을 많이 벌어 물질적 성취를 늘리면서 행복을 키우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권하는 행복의 모델이다. 하지만 팀 탈러는 결국 욕망을 줄여서 웃음을 되찾고 행복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성취를 늘릴 것인가, 욕망을 줄일 것인가? 돈이 많아질수록 행복해지는가?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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