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언어구조|정상은(중앙전산원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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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사회에서의 컴퓨터는 만능이라 착각될 만큼 사회 제반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고 이젠 우리도 컴퓨터의 이용으로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가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할 국민상식처럼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가 핸들을 틀거나 스위치를 누르는 식으로 조작 될 것이라고 생각 하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컴퓨터는 말만하면 무엇이든지 척척해 내는 요술 지팡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음을 볼 때 우리 나라 컴퓨터 발전에 한 가닥 우려를 느끼게 된다.
컴퓨터는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여 기억하고 판단하고 연산도 한다. 그래서 컴퓨터를 인공두뇌, 또는 로봇 인간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우수한 기능을 가진 컴퓨터지만 사람이 할 일과 그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 한 컴퓨터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기계는 사고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컴퓨터는 사고력 있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과 순서에 따라 지시를 내렸을 때에만 동작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한 방법으로 컴퓨터에 작업지시를 내리게 되는 것일까.
컴퓨터는 인간을 그대로 본떠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처리방법이 인간과 너무나 비슷하다.
우리는 외국인과 대화할 때 외국인의 언어를 알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컴퓨터에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고 일을 시키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컴퓨터 언어를 알아야 한다. 인간은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컴퓨터언어로 세밀한 부분까지도 하나도 빠짐 없이 프로그램으로 작성하여 컴퓨터에 넣어주어야 하며, 컴퓨터는 작성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적으로 읽고 기억하고 판단하고 계산하여 그 결과까지도 자동적으로 주인인 인간에게 제시하게 된다.
컴퓨터는 자신의 기능과 성격에 맞도록 특정된 언어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어 우리가 일상 사용하는 언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으며 컴퓨터가 직접 동작하는데 이용되는 기계언어는 컴퓨터마다 서로 상이하여 6백여 가지나 되고, 또 그 표현법도 극히 난해하여 이들을 실제로 익힌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된다.
그러나 현대의 컴퓨터는 기계언어는 물론 컴퓨터의 세밀한 동작원리를 모르고도 인간이 보통 사용하는 언어체계와 흡사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도록 진보되어 있다.
그것은 인간이 사용하기 쉬운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컴퓨터 스스로가 자신이 알 수 있는 기계언어로 번역하는 장치인 콤파일러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 인간이 사용하는 컴퓨터언어로는 과학기술 계산에 편리한 포트런(Fortran)과 일반 사무업무에 주로 이용되는 코볼(Cobol)이 있으며 최근에는 단순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마이크로컴퓨터가 대량 보급됨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래밍 기법을 응용할 수는 없으나 손쉽게 익혀 간단한 작업에는 응용할 수 있는 베이직(Basic)이란 언어도 사용되고 있다.
포트런과 코볼언어는 컴퓨터의 기종에 관계없이 모든 기종에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고 광범위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와 거의 비슷하며 아주 널리 사용된다.
『영어하나 배우는데도 대학까지 10년을 다니고 그래도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더구나 컴퓨터 말을 어떻게…』하고 겁부터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 컴퓨터 언어는 단순한 몇십 마디의 기본단어로 구성돼있어 고졸 정도의 학력자라면 약 4주 정도의 교육만으로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
컴퓨터가 일할 작업지시서인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는 컴퓨터 언어를 익히는 것보다는 작업순서를 세분화하고 논리적인 순서를 세우는 쪽이 훨씬 힘들다.
컴퓨터는 핸들을 트는 것도, 스위치를 누르는 것도 아니며 컴퓨터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자동적으로 읽고 쓰고 계산하고 판단한다. 이 때 약간의 기계조작이 필요하나 대수로운 것은 아니며 컴퓨터는 컴퓨터 언어로만 자료를 넣어주고, 그 언어로 지시를 내리면 언제나 충실한 일꾼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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