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가능성과 숙제 남긴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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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형준 기자] 30일(한국시간)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의 시즌 7번째 선발등판은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한 경기였다. 5이닝 3실점 2자책. 안타 6개 중 3개가 내야안타, 1개가 빗맞은 안타일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2번의 무사 2루와 2사 만루 위기를 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비율이 56%에 그치고 스트레이트 볼넷 1개와 몸맞는공 2개를 포함, 사사구 5개를 내준 제구력이 역시 문제였다. 여기에 콜로라도의 수비진 전체가 어설픈 모습을 보이는 등 김병현에게는 불운이 겹친 경기였다. 이날 대부분 88마일(142km)과 89마일(143km)이 찍힌 김병현의 패스트볼은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코너워크가 잘된 패스트볼이 정타로 이어진 경우는 한차례도 없었으며, 헛스윙도 많이 이끌어냈다. 이는 김병현이 더이상 마무리투수 시절의 90마일 초반대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 완급피칭을 하고서도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날도 과거 메이저리그 8대 명품으로 꼽혔던 '프리스비 슬라이더'의 춤추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김병현의 슬라이더는 움직임은 나쁘지 않지만 제구가 잘되지 않고 있다. 최근 재미를 쏠쏠히 보고 있는 체인지업도 지난 경기만 못했다. 앞으로 변화구만 살아나준다면 충분히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다양한 구질을 던지지 못하면서 투구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5회는 11개의 공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4회까지 무려 98개를 던져, 1회부터 4회까지는 1회 평균 24.5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닝소화능력은 앞으로 김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붙박이 선발투수가 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병현은 선발투수로서의 경기 운영에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허용한 5개의 도루는 제대로 된 송구를 한번도 하지 못한 포수 J D 클로서의 탓이 크지만, 김병현도 견제구에 인색하는 등 주자를 묶는데 소홀했다.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김병현에게 많은 가능성과 숙제를 남겨준 경기였다. 김형준 야구전문기자 generlst@mydaily.co.kr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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