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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선진국 진입 전략] 일본의 경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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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90년대 들어 일본은 거품경제의 붕괴로 성장시대에 길들여졌던 온갖 시스템이 작동 불능에 빠진 채 마치 '막다른 길'에 이른 모습이었다.

10여 년 장기 불황의 중간 지점쯤에 해당되는 96년 1월, 일본은 불황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저출산 및 고령화, 고도 정보화, 국제 경쟁에 대응해야 하는 게 시대의 새로운 요청이라며 장기 비전을 내놓았다. 일본 재계의 총본산인 게이단렌(經團連)이 도요타 쇼이치로 당시 회장을 중심으로 1년 동안 오피니언 리더들이 연구한 결과를 총정리해 만든 '매력 있는 일본 만들기'라는 보고서다.

보고서는 한마디로 활력 있는 글로벌 국가로서의 '매력 있는 일본' 2020년을 지향하는 비전이다. 새로운 일본의 기반 정비를 위해 특히 중요한 개혁을 '신일본 창조 프로그램 2010(액션 21)'에 담아 민관의 적절한 역할 분담 아래 인구가 피크를 맞는 2010년까지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규제 철폐와 불투명한 행정지도 배제, 작은 정부 실현, 수도권 기능 이전, 신국토축 구상, 세계 일류의 연구개발체제 구축, 창조적인 인재 양성, 국제금융센터 구축, 안심 장수사회 구축, 민간 비영리단체(NPO) 활성화, 외교력 강화 등 10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성장잠재력을 96 ~ 2010년 3%, 2011 ~ 2020년 2.6%로 예측하고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까지 일본.미국.유럽연합.아시아 10개국이 대략 11조 ~ 12조 달러에서 균형을 이룬다는 가정을 했다. 이 보고서가 일본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자 일본 정부는 정책의 최우선 검토 자료로 활용했다.

2002년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조짐을 보이자 오쿠다 히로시 게이단렌 회장은 2003년 1월 1일 앞서의 보고서를 재정리해 '활력과 매력이 넘치는 일본을 향하여'를 내놓았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경제재정 운영 및 구조 개혁에 관한 기본방침(2005년)'을 보면 이들 비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위한 개혁조치, 지방개혁과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사회보장제도 구축과 차세대 육성 등이다.

곽재원 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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