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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선진국 진입 전략] "국민소득 1만 달러 밑돌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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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60년은 그런 대로 잘해왔다. 위기도 많이 겪었지만 그래도 개발경제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빈곤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을 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0위, 교역량 세계 11위인 경제대국으로까지 부상했다. 물론 문제도 많았다. 미봉책을 썼기 때문에 비슷한 위기가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결국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잃어버린 8년'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생소한 영.미식 자본주의가 급속히 도입되면서 기존 시스템과 마찰을 빚었고, 성장동력도 전반적으로 약화됐다. 생산성은 세계 7대 선진국(G7)의 절반에 불과하며, '삶의 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6위에 그친다. 또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미국.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핀란드.싱가포르 등의 강소국,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 등은 국가 간 경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여기서 머뭇거리면 우리는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네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대처를 못하면 '퇴보'시나리오를 밟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2.6%에 머물고 경제 규모는 현재 10위에서 15위로 하락할 것이다. 1인당 GDP는 2만3000달러에 그쳐 세계 45위로 추락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전혀 대처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지고 북한이 붕괴한다면 1인당 GDP는 다시 1만 달러 이하로 후퇴하고, 일부 남미 국가처럼 후진국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현상태 지속 시나리오'로 갈 수도 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로 떨어지며, 1인당 GDP도 2만 달러대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잘 대처한다면 우리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잠재 성장률이 6.3%인 경제로 뛰어오르는 '도약 시나리오'에 들어서 2015년엔 10대 선진국(G10)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1인당 GDP는 2015년 3만6700달러(세계 26위)로 상승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도약 시나리오에 들어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정부.사회.기업.개인 등 각 부문의 시스템이 혁신돼야 한다. 정부는 시장 중심의 정책 집행과 의사 결정으로 사회적 에너지를 결집해야 하며, 기업은 혁신과 인프라 확충으로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국민의 꿈과 희망이 담긴 국가 비전도 수립돼야 한다. 미래 청사진이 없으면 국민의 동참을 얻을 수 없다. '매력있는 한국'을 주창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에겐 기회의 창도 열려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부상은 시장 확대의 기회다. 아시아 경제 통합이 진전되면 가교(브리지)국가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게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향후 10년 내 우리는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그 갈림길에 지금 서 있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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