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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방북 허락해 달라" 박 대통령 "기회 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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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환담했다. 이날 초청은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5주기를 맞아 이 여사가 추모 화환을 보낸 것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이 여사는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에게 “북한을 한번 갔다 왔으면 좋겠는데, 대통령께서 허락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기회를 보겠다”고 답했다. 사진=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지난해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박 대통령 취임식 이후 1년8개월 만의 만남이다. 박 대통령은 “사실은 (지난 8월 18일 김 전 대통령) 5주기 때 즈음해서 뵙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뵙게 됐다”며 “지난 5년 동안 여사님께서 김 대통령님 묘역에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찾아가셔서 기도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5주기에 화환을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고, 박 대통령도 “(박정희 전 대통령 기일에) 조화를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을 많이 하셔서 김 대통령님께서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 여사는 지난 26일 박 전 대통령의 35주기 추도식에 처음으로 화환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서울 동교동에서 이 여사를 예방한 기억을 떠올리며 “하루속히 통일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셨던 것을 기억한다”며 “ 차분히 통일 준비를 해 나가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한 아이들 걱정하면서 털모자도 직접 짜시고, 목도리도 짜시고 준비하신다고 들었다. 북한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정성·사랑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영아 사망률이 상당히 높고, 모자 건강도 많이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북한 모자 1000일 패키지 정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여사는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추울 때 모자와 목도리를 겸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짰다”고 말했다. 또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조문차 방북했던 일을 언급하며 “북한에서 언제든 오라 했다. 북한을 한 번 갔다 왔으면 좋겠는데, 대통령께서 허락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언제 한 번 여사님 편하실 때 기회를 보겠다”고 답했다.

 이 여사는 “한국에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여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고, 박 대통령은 “여성 인재 양성과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여사를 수행한 김성재(김대중아카데미원장) 전 문화부 장관이 개헌 논란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나가실 때마다 국내에서 문제가 생겨서 힘드시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웃으며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환담 뒤 박 대통령은 계영배(戒盈杯·술이 차면 구멍으로 새게 만든 술잔)를, 이 여사는 전날 밤 손수 ‘평화통일’이라고 쓴 휘호를 선물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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