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11월 평균수온 14도, 수색 계속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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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은 수중 수색을 계속해줄 것을 요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26일 밤 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지만 전체 9가족 중 5가족이 반대해 세월호 인양은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 15일 진도 팽목항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첫 인양 논의 결과는 ‘지금 같은 수중 탐색 지속’이었다. 아홉 가족 중 6표 이상 지지가 나오면 인양을 건의하겠다고 했건만 이만큼 표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수색 지속’과 ‘인양’ 의견은 팽팽했다. 수색 지속이 5표, 인양이 4표였다. 전남 진도체육관에 있던 여섯 가족이 2시간 동안 토론하고, 팽목항의 한 가족은 별도 한 시간 논의했으며, 치료를 위해 경기도 안산시에 올라가 있던 두 가족이 전화를 통해 의사를 표명한 결과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한동안 오직 수중 수색 지속만 주장했다. 선체를 끌어올리거나 했다가 시신이 훼손되거나 떠내려갈까 걱정해서다. 그러다 지난 7월 18일 조리원 이묘희(56·여)씨의 시신을 마지막으로 수습한 뒤 100일 넘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양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4명의 실종자 가족이 이를 지지했다. 인양에 찬성한 가족들은 “성과가 없지 않느냐, 인양도 수색의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엔 차갑고 거센 겨울바다 속에서 수색작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작용했다.

 하지만 기상 통계를 들여다본 결과 11월에는 일단 수중 수색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지었다. 지난 25년간을 보면 11월 이 지역 파도 높이가 1.5m 이하인 날이 20일이고, 평균 수온은 섭씨 14.3도로 수중 수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가족들이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11월 수색 계획을 세워 달라고 요청한 배경이다. 가족들은 복도가 무너져 제대로 찾지 못한 4층 일부 구역을 집중 수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색을 이어 가자는 가족들은 토론에서 “꼭 찾겠다고 수도 없이 바다에 대고 외친 약속을 저버릴 수 없지 않느냐”고 감성에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을 중단하고 인양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양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시신이 떠내려가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마당에 인양을 지지하기 어렵다는 견해였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인양 태스크포스(TF)팀에 관련 자료를 정식으로 요청해 받은 뒤 수색·인양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와도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

 27일에는 한때 세월호 수색작업에 참여한 민간업체 88수중개발 잠수사들이 “이달 말까지만 수색하겠다”고 한 사실이 알려져 가족들이 동요했다. 현장 작업반장이 잠수사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이에 가족들은 진도체육관에서 잠수사들을 만나 “부모와 가족들 마음을 헤아려 수색을 계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88수중개발 정호원 부사장은 전남 진도군청에서 “겨울이 다가오고 날씨가 나빠질 수 있어 어려움이 많지만 실종자 수중 수색을 언제까지 한다는 기한을 설정하지 않고 작업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체 내부 붕괴 등으로 어려움이 많고, 안전사고가 우려되지만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과 아픈 마음을 고려해 수중 수색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역시 “앞으로의 작업은 가족들 의견을 반영해 펼치겠다”고 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여한이 없도록 수색팀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진도=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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