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의 의의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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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의 의의와 과제'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연구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통일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2004년 하반기 김주석 조문불허 및 북한이탈주민 대량입국 사태이후 경색된 남북대화가 최근 재개되고 있는 것은 남북대화를 위한 정부의 지속적 노력 및 북한 내부 상황, 북핵 위기를 둘러싼 국제적 환경변화의 영향이 중첩된 결과로 판단된다. 정부가 ‘남북대화 없는 대북지원 불가’원칙을 고수해 온 상황에서 비료 및 식량수요의 시급성에 따라 북한이 일정정도 남북대화재개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대북압박 및 북핵문제 UN안보리회부 가능성의 증대에 따라 북한이 ‘민족공조’를 명분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한 것으로도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차관급 실무회담, 정동영장관과 김위원장면담 및 합의에 이어 성사된 15차 장관급 회담은 최근 약화되어온 고위 남북대화의 상징성과 실용성을 부활하는 계기인 동시에 북핵위기심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원칙을 강화하는 계기이자, 실질적 성과를 도출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우선 북핵문제해결에 대한 평화적 해법 추구 및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과 아울러 장관·장성급 회담, 경추위, 수산·해운회담, 농업협력위원회 등 당국대화 재개 및 실무회담 활성화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었다. 또한 면회소 건설 및 화상회의 등 이산가족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있었으며, 8.15 남북공동행사 대표단 파견 및 을사보호조약 무효 선언 등 과거 제국주의 유산 청산을 계기로 한 ‘민족공조’의 부각도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합의가 무리 없이 이루어진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15차 장관급회담을 통해 남북대화재개와 대북지원을 연계한 당국의 정책적 판단이 실효를 거두었다는 점과 실용적 ‘남북회담문화’창출이라는 성과를 도출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우 남북대화의 재개 및 관계 개선 대가로 남한의 대북지원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북핵위기 국면의 희석화를 의도한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15차 장관급회담은 북핵위기속에서 중단된 남북대화 재개 및 남북관계개선의 지속을 위한 ‘에너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바, 이를 기초로 향후 발전적 방향성의 설정이 필요하다. 우선 ‘북핵문제의 당사자 원칙’을 구현하는 정례적 협의의 제도화를 추구하고, 우리정부의 ‘적극적 설득자’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한이 최근 전술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민족공조론’을 활용, 남북대화의 제도화와 아울러 군사분야의 신뢰관계 확대 등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산가족 문제를 남북 인도주의사안이라는 상위개념과 접목, 납북자 및 국군포로, 미전향 장기수 등 포괄적 사안의 해소와 연계시키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핵국면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감소하는 추이를 보여 온바, 남한의 대북지원은 북한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 ‘남북대화와 대북지원의 연계원칙’을 견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제반 여건상 당분간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사실상 어려운 것을 판단되는바, ‘서울 답방’이 아닌 북한 및 기타 지역에서 ‘정상회담재개’에 의의를 두는 방향으로 정상회담 추진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남북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사회문화협력분과회의의 가동에 주력하고, 대북지원을 ‘일반구호’에서 ‘개발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협력을 유도해 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회담문화’를 건설적으로 발전시키되, 남북대화가 북측의 일방적인 실리추구에 활용되는 것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바, 북핵문제 등 추상수준이 높은 의제에 관한 합의를 지속적으로 도출해야 할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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