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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현대차 공장 유치 위해 접촉 중", 윤장현 "신규고용 연봉 절반" 파격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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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윤장현(左), 이정현(右)

광주·전남 지역 정가가 때아닌 ‘자동차 공장 유치전’으로 아우성이다.

 발단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된 이정현(전남 순천-곡성) 최고위원의 의정보고회다. 지난 18일 순천대에서 열린 보고회에서 이 최고위원은 “자동차 공장 유치를 위해 현대자동차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일부 지역 언론에 ‘20만~30만 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로 보도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광주광역시 국회의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이 지역 새정치연합 의원은 모두 7명. 모양새로만 봐서는 7대 1의 대결이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이 재·보선 과정에서 “예산폭탄을 투하하겠다”고 표 몰이를 한 데다 친박 실세인지라 발언이 갖는 무게가 심상치 않다. 호남지역 유일의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인 이 최고위원은 이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배정돼 뛰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구축을 목표로 내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견제에 나섰다. 현재 기아차 공장을 지역구 안에 둔 박혜자(광주 서갑) 의원은 “이정현 의원이 2012년 광주 서을에서 당선됐으면 공장을 광주에 유치하겠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임내현(광주 북을) 의원도 “현대·기아차가 공장을 여기저기 만들 여력이 없는 만큼 유치 준비가 어느 정도 진행된 광주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로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 6월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구축을 시장 선거 제1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윤장현 광주시장은 26일 “기업들이 국내 공장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 측은 자동차 공장 유치를 위해 9월에 자동차산업과까지 신설했다. 유치 전담부서다. 기아차가 노사관계와 고임금에 대해 느끼는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사·민·정 협약도 진행하고 있다. 협약에는 기아차 신규 고용인원의 연봉을 현재의 절반 정도인 4000만원대로 합의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광주자동차산업밸리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에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영입했다. 또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사회통합추진단’을 신설하고 박병규 전 기아차 노조위원장을 추진단장으로 선임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과 국회 예결특위위원인 장병완(광주 남) 의원 등도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강기정(광주 북갑) 의원은 “최근 기아차 쏘울 30만 대 생산시설을 멕시코 공장으로 옮기는 게 확정된 뒤 호남민이 실의에 빠졌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광주에서 약속한 자동차 100만 대 양산 기지 건설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신세가 돼버린 기업이다. 중앙과 지역 정치권의 쟁탈전에 낀 현대·기아차 측은 신규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장을 세우기 위해선 노사관계나 인건비 외에도 고정비와 땅값 등 기업 입장에서 고려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모든 게 결론 난 듯 기정사실화하는 정치권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광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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