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각국의 반미감정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반미 현상은 여전히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은 전통적인 우방이었던 미국보다 중국을 더 선호하는 현상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는 미국을 포함한 16개국에서 1만7000명을 대상으로 4월 20일부터 5월 31일까지 조사를 벌였다. 한국은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표본오차율은 ±3%.
◆ 미국 이미지 개선=파키스탄.레바논.인도에서는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이라크전이 시작된 3년 전보다 더 높아졌다. 특히 인도의 대미 호감도는 크게 신장했다. 인도와 미국의 경제교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알카에다의 열차폭탄테러로 2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던 스페인의 대미 호감도도 높아졌다.
지난해 말 지진해일(쓰나미)로 큰 피해를 보았던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에 대한 이미지는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인의 대미 호감도는 3년 전의 61%에서 올해는 38%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인 79%는 지난해에 비해 반미감정이 크게 줄었다고 대답했다. 미국이 쓰나미 피해국가에 대해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편 점이 반영됐다고 일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분석했다.
이라크전에 적극 반대했던 프랑스와 독일 같은 유럽국에서의 반미감정은 여전히 거세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중국이 더 좋아= 중국보다 미국을 선호하는 나라는 인도.폴란드.캐나다밖에 없었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었던 유럽의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페인은 중국을 더 좋아했다. 영국.캐나다.프랑스인 4분의 3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미국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만한 군사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컸다. 영국.프랑스.러시아에서는 70%가 이에 반대했다.
이슬람국들의 반미감정은 여전히 강했다. 터키와 파키스탄에서는 호감도가 20% 남짓에 불과했다.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기지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대한 모독행위가 있었다는 보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