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히라 약물사건의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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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줄리어스·시저」는 『「브루터스」! 너 마저…』하면서 죽어갔다.
소위 『「가네히라」스캔들』로 불리는 프로복싱의 약물중독공작이 터지면서 복싱팬이라면 누구나 『프로복싱 너마저…』라는 배신감이 들었으리라.
지난 68년 프로레슬러 장영철은 장충체육관에서 『프로레슬링은 사전 각본에 의한 쇼다』고 폭탄같은 발표를 했다. 져주기로 약속이 됐던 일본선수가 라이벌축의 사주를 받고 따라주지 않자 분통이 터진 장선수는 거짓말같은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당시로선 충격적이었던이 사실은 마침 TV중계로 전국에 방영이 됐다. 이 사건후 프로레슬링은 찬물을 끼얹은 듯 폭밭적이던 붐이 눈녹듯 사그라졌다.
이같은 전력을 익히 알고 있던 한국팬들은 프로복싱에서도 추문이 나왔으니 『너 마저』라는 생각이 안들 수 없다.
복싱경기장을 흔히 「사각의 정글」로 표현한다. 약육강식의 원리가 통하는 정글과 같이 강자만이 살아 남는다는데서 이같은 비유가 나온 것이다. 복싱은 인간의 원초적파괴본능을 충족시켜주기에 팬들은 열광하고 환호한다. 그러나 때리고 부수는 복싱경기에서도 이같은 야비하고 비열한 수단이 동원된다는 사실로 팬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스캔들의 희생자로 한국복서들이 끼여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이 사건이 한국으로까지 비화되자 한국프로복싱을 관장하는 한국권투위윈회(KBC)는 피해자이면서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만의 하나라도 한국매니저와 프러모터들이 연루돼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이다. 만일 한국복싱인들이 「가네히라」약물공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한참 붐을 이루고 있는 한국프로복싱도 결정적 타격을 받을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번 『「가네히라」스캔들』은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이 복싱경기자체만 만신창이가 된채 종국을 맞을 것 같다는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KBC는 뒤늦게 한국에서도 이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것에 대비,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 및 동양타이틀매치, 그리고 10회전이상의 대전에 한해서 경기전후 소변검사등 정밀신체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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